[한경에세이] 이름 짓는 법
특허청은 상표제도로 경제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상품 이름을 짓는 방법도 조언한다. 하지만 정작 특허청이 관장하는 제도의 법적 명칭엔 이상한 게 많다.

특허제도를 일본에서 받아들인 터라 특허법에 일본식 용어가 많다. 이에 대해 질타하는 사람이 많아 몇 가지 용어를 고치긴 했다. 그러나 고치고 또 고쳐도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필자가 특허청에 근무했던 20년 전과 비교해 바뀐 용어 몇 가지를 보면 명칭 변경 및 변경된 명칭의 정착이 얼마나 어려운지 쉽게 알 수 있다. ‘공업소유권’은 ‘산업재산권’, ‘지적재산권’은 ‘지식재산권’으로 바뀌었다. ‘의장’은 ‘디자인’으로, ‘의장법’은 ‘디자인보호법’으로 변경했다.

‘특허법’이 ‘발명보호법’으로, ‘상표법’이 ‘표장보호법’으로 바뀌진 않았다. 아마 ‘디자인법’이라 하면 어감상 ‘디자인하는 법’이라 혼동될 수 있고, 영어로만 쓰기도 이상해서 ‘보호’를 넣은 것 같다. 그래도 일본어는 고쳐야 하고, 영어는 계속 써도 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정작 일본색이 가장 짙은 ‘출원’이란 용어는 아직 사용하고 있다. 출원을 ‘신청’이란 쉬운 말로 바꾸지 않은 이유는 “출원이란 단어가 사람들의 입과 지식재산권업계에서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의장을 디자인으로 바꾼 사람들이 출원을 신청으로 바꾸지 않은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지식재산권이란 용어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적’이라는 말이 일본식이라 ‘지식’으로 했다는데, 지식재산은 또 어디서 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더구나 지식재산에 포함된 저작권은 ‘지식’이 아니라 ‘예술적 표현’이 보호대상이고, 상표도 ‘지식’이 아닌데 지식재산권에 속한다는 게 참 이상하다.

필자가 이 모든 것을 새로 바꿀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국내 상표법엔 ‘사용에 의한 식별력의 획득’이란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조금 이상한 상표도 자꾸 사용해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해지면 멋진 상표가 되듯, 우리 지식재산권 용어도 거듭된 사용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과거보다 치밀하고 사려 깊은 용어를 선택했으면 한다. 우리 특허청이 작명가는 아니지만, 이름과 명칭이 지니는 중요한 의미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동규 < 특허청장 dgchoi15@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