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지자체 세무조사권, 객관성·투명성 불신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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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 신뢰 얻어야 할 세무조사
지자체 세무조사권은 OECD국 중 한국이 유일
세수진도율 따라 조사강도 조절하며 세수확보 우려
경제활동 위축, 재정수입의 경기안정 기능 저해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 >
지자체 세무조사권은 OECD국 중 한국이 유일
세수진도율 따라 조사강도 조절하며 세수확보 우려
경제활동 위축, 재정수입의 경기안정 기능 저해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 >
조세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특성이 있어 누구나 이를 회피하고자 하기 마련이다. 조세회피 의도가 없더라도 세제가 복잡해 스스로 세액을 산정해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세무조사는 납세신고 내용의 적정성을 검증하거나 불법적인 조세회피, 조세포탈자에게 응분의 제재를 가함으로써 성실납세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필수불가결한 제도다.
하지만 납세자의 권리를 광범위하게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에서는 세무조사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제도를 구축하고 조사대상 선정과정과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해 세무조사 운용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조세징수의 효율성과 납세자에 대한 봉사기능을 조화시키기 위한 세무행정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가 정착되고,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의 사용이 확대되고, 통합정보시스템이 구축되면서 한국의 조세인프라는 선진국과 견줘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선진 조세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조세회피 내지 탈세가 자동적으로 외부로 드러나고 국민의 납세 성실성을 간접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이 기업 및 개인이 탈루할 가능성이 높은 항목을 선별해 미리 알려주는 ‘성실신고 안내’ 제도가 좋은 예다.
과세관청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높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도 세무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세무조사의 불신과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2013년 지방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226개 시·군·구 모두 징세권과 세무조사권을 갖게 됐다. 당시 부동산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취득세율을 인하하자 지방세수 감소를 우려한 지자체의 반발이 거셌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과세표준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세법을 졸속 개정했다.
이중삼중 세무조사 우려
과거에는 법인세의 10%가 자동적으로 사업장이 있는 시·군·구의 지방소득세로 돌아갔으나, 지방세법 개정 이후에는 지자체가 국세의 비과세감면을 제외하고 과세표준을 독립적으로 설정함으로써 더 많은 지방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자체가 추가로 확보한 지방법인세수는 9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기업은 사업장이 있는 지자체에 일일이 세금을 신고·납부해야 하고 국세청과 지자체로부터 이중삼중의 세무조사를 받게 돼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과세표준 결정권과 세무조사권을 다시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통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행정자치부의 부처이기주의, 지자체의 기득권 강화, 내년 총선을 의식한 국회의 몸사리기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지자체가 세무조사권을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 세무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행정비용과 납세순응비용을 낮추고 경제주체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경제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자는 취지다. 한국도 세계적 추세에 맞게 세무조사권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해 세무조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루빨리 불식시켜야 한다.
최근 지자체의 세무조사 문제가 아니더라도 과거에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많았고 현재도 세수목표 달성을 위해 세무조사를 동원하고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높다. 실제로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한 법인세수는 2010년 3조6000억원이던 것이 2012년 4조9000억원, 2013년 6조6000억원으로 3년 사이 34.5% 늘었다. 총 법인세수 대비 추징액 비중으로 보면 2010년 9.5%에서 2013년 15.1%로 높아졌다. 개인소득세도 추징액이 2010년 5000억원에서 2013년 1조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조세범칙조사의 경우 조사 건수가 2010년 443건에서 583건으로 늘었으며, 추징액도 1조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다보니 과세관청이 세수 확보를 위해 자의적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동원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는 과세관청이 6월 말이나 9월 말의 세수진도비를 보고 세무조사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30년 데이터를 보면 세수진도비는 세무조사건수 증가율 내지 추징금액의 증가율과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재량에 의한 조사강도 조절?
이와 같이 과세관청이 경기여건에 따라 재량적 판단으로 세무조사의 강도를 조절한다면 조세법률주의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재정수입의 재정안정화 기능을 저해하고 세수입도 궁극적으로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세관청의 재량적 판단에 의해 세수입이 결정되면 세부담의 상당부분이 법률이 아닌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조세의 부과·징수절차를 법률로 규정하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과도한 행정재량에 해당한다.
세금은 경기 침체기에 더디게 증가하고 경기 상승기에는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안정화에 기여한다. 하지만 과세관청의 의도적인 세무조사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 및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일으켜 재정수입의 경기안정화 기능을 저해한다. 경기 침체기에 세무조사를 강화하면 경기가 더욱 위축돼 세무조사로 추징한 세수입의 상당부분이 상쇄된다. 경기 상승기에 징세노력을 의도적으로 완화하면 세수입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걷을 수 있는 세수입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경기순환과정 전체에서 발생하는 총 세수입은 감소하게 된다.
대상 선정·결과 공개 확대를
세무행정은 불법적인 조세회피자와 조세포탈자에 대해 신속하고 집요하게 추적해야 하지만, 세무조사보다는 사전적으로 탈세행위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지자체의 세무조사권 도입으로 이중삼중의 세무조사가 집행되면 행정비용과 납세순응비용은 치솟고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세무조사를 국세청으로 단일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세무조사의 선정과정과 결과공개를 더 확대해 세무조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과세관청의 재량을 줄여 납세자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 세무조사의 투명성이 확립되면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를 방지하는 경우에도 납세자가 억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런 환경이 세무행정이 추구해야 하는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 >
하지만 납세자의 권리를 광범위하게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에서는 세무조사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제도를 구축하고 조사대상 선정과정과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해 세무조사 운용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조세징수의 효율성과 납세자에 대한 봉사기능을 조화시키기 위한 세무행정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가 정착되고,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의 사용이 확대되고, 통합정보시스템이 구축되면서 한국의 조세인프라는 선진국과 견줘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선진 조세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조세회피 내지 탈세가 자동적으로 외부로 드러나고 국민의 납세 성실성을 간접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이 기업 및 개인이 탈루할 가능성이 높은 항목을 선별해 미리 알려주는 ‘성실신고 안내’ 제도가 좋은 예다.
과세관청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높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도 세무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세무조사의 불신과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2013년 지방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226개 시·군·구 모두 징세권과 세무조사권을 갖게 됐다. 당시 부동산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취득세율을 인하하자 지방세수 감소를 우려한 지자체의 반발이 거셌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과세표준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세법을 졸속 개정했다.
이중삼중 세무조사 우려
과거에는 법인세의 10%가 자동적으로 사업장이 있는 시·군·구의 지방소득세로 돌아갔으나, 지방세법 개정 이후에는 지자체가 국세의 비과세감면을 제외하고 과세표준을 독립적으로 설정함으로써 더 많은 지방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자체가 추가로 확보한 지방법인세수는 9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기업은 사업장이 있는 지자체에 일일이 세금을 신고·납부해야 하고 국세청과 지자체로부터 이중삼중의 세무조사를 받게 돼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과세표준 결정권과 세무조사권을 다시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통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행정자치부의 부처이기주의, 지자체의 기득권 강화, 내년 총선을 의식한 국회의 몸사리기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지자체가 세무조사권을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 세무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행정비용과 납세순응비용을 낮추고 경제주체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경제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자는 취지다. 한국도 세계적 추세에 맞게 세무조사권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해 세무조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루빨리 불식시켜야 한다.
최근 지자체의 세무조사 문제가 아니더라도 과거에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많았고 현재도 세수목표 달성을 위해 세무조사를 동원하고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높다. 실제로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한 법인세수는 2010년 3조6000억원이던 것이 2012년 4조9000억원, 2013년 6조6000억원으로 3년 사이 34.5% 늘었다. 총 법인세수 대비 추징액 비중으로 보면 2010년 9.5%에서 2013년 15.1%로 높아졌다. 개인소득세도 추징액이 2010년 5000억원에서 2013년 1조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조세범칙조사의 경우 조사 건수가 2010년 443건에서 583건으로 늘었으며, 추징액도 1조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다보니 과세관청이 세수 확보를 위해 자의적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동원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는 과세관청이 6월 말이나 9월 말의 세수진도비를 보고 세무조사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30년 데이터를 보면 세수진도비는 세무조사건수 증가율 내지 추징금액의 증가율과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재량에 의한 조사강도 조절?
이와 같이 과세관청이 경기여건에 따라 재량적 판단으로 세무조사의 강도를 조절한다면 조세법률주의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재정수입의 재정안정화 기능을 저해하고 세수입도 궁극적으로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세관청의 재량적 판단에 의해 세수입이 결정되면 세부담의 상당부분이 법률이 아닌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조세의 부과·징수절차를 법률로 규정하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과도한 행정재량에 해당한다.
세금은 경기 침체기에 더디게 증가하고 경기 상승기에는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안정화에 기여한다. 하지만 과세관청의 의도적인 세무조사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 및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일으켜 재정수입의 경기안정화 기능을 저해한다. 경기 침체기에 세무조사를 강화하면 경기가 더욱 위축돼 세무조사로 추징한 세수입의 상당부분이 상쇄된다. 경기 상승기에 징세노력을 의도적으로 완화하면 세수입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걷을 수 있는 세수입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경기순환과정 전체에서 발생하는 총 세수입은 감소하게 된다.
대상 선정·결과 공개 확대를
세무행정은 불법적인 조세회피자와 조세포탈자에 대해 신속하고 집요하게 추적해야 하지만, 세무조사보다는 사전적으로 탈세행위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지자체의 세무조사권 도입으로 이중삼중의 세무조사가 집행되면 행정비용과 납세순응비용은 치솟고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세무조사를 국세청으로 단일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세무조사의 선정과정과 결과공개를 더 확대해 세무조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과세관청의 재량을 줄여 납세자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 세무조사의 투명성이 확립되면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를 방지하는 경우에도 납세자가 억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런 환경이 세무행정이 추구해야 하는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