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노사협조 청산' 내건 노조위원장
‘노사 협조 청산.’

10일 출범식을 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새 집행부가 내건 슬로건이다. 박유기 신임 노조위원장은 ‘강력한 집행력’, ‘대등한 노사관계’와 함께 이를 3대 지침으로 내세웠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박 위원장이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지난 9일 확대운영위원회에 이어 이날 출범식과 임시 대의원대회를 잇따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올해 임금·단체협상의 최대 현안인 임금피크제 도입과 통상임금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을 분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현안 모두 회사 측이 청년고용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고 꼽는 안건이다. 박 위원장이 핵심 안건을 분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임단협을 장기화하면서 투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라는 게 노동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 위원장은 수많은 ‘안티 현대’를 양산한 원인으로 지목됐던 ‘정치파업’까지 거론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주노총에 대한 침탈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 노조는 2006년 박 위원장이 주도할 때도 비정규직법 문제 등으로 민주노총 정치파업에 동참했다.

올해는 현대·기아차가 연초 제시한 연간 판매목표인 820만대를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연간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면 1998년 기아차 인수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조선·철강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줄줄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자동차산업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4년 만에 임금 인상을 요구해 지난 3월 3% 인상을 타결한 데 이어 내년 임금 인상은 스스로 절반으로 낮춰 1.5%를 제시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 등 ‘빅3’ 노조는 8년 만의 임금 인상 대신 회사 측에 비정규직 고용·해고 자율권을 양보했다. 노사 협조 청산을 외치는 박 위원장이 노조를 이끄는 2년간 현대차의 경쟁력이 상생을 강조하는 노조가 있는 일본·미국 업체들과 얼마나 벌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강현우 산업부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