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 올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영향으로 건강검진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연말 병·의원과 건강검진센터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많은 사람이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검진을 받지만 자신의 몸에 숨어있는 질병을 찾아내려면 건강검진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질병을 일찍 발견해 치료하겠다는 검진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나이 성별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꼭 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연령별로 필요한 건강검진 및 건강검진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20~30대 여성은 유방암 추가 검사, 40~50대는 위내시경 필수
건강검진,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받아야

20~30대 여성은 유방암 추가 검사, 40~50대는 위내시경 필수
건강검진은 1년에 한 번,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받는 것이 좋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건강검진(일반건강검진)이다.

일반건강검진에는 신장 체중 비만도 시력 청력 혈압 간기능 혈당 콜레스테롤 흉부엑스레이 구강 등의 검사가 포함돼 있다. 현재 몸 상태의 기본적인 문제를 파악할 수 있으며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간질환 등을 찾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요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20, 30대 여성이라면 여기에 유방암 검사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한국유방암학회가 1996~2012년 국내 유방암 현황을 분석했더니 2012년 1만7792명의 유방암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 의사 진찰과 함께 유방촬영을 하고 필요하다면 유방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40, 50대는 1~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한국인에게 많은 위암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짜게 먹는 식습관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은 위암 위험을 높인다.

대장내시경은 5년 간격으로 받는 것이 좋다. 대장대시경에서 찾은 용종은 떼어내는 것이 좋다. 대장용종이 무조건 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용종을 떼어내지 않고 그냥 두면 10년 뒤 대장암이 될 확률이 8%, 20년 뒤 대장암이 될 확률이 24% 정도다. 과거 용종이 발견된 적이 있거나 대장암 가족력이 있으면 의사 상담을 통해 대장내시경 검사 간격과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20~30대 여성은 유방암 추가 검사, 40~50대는 위내시경 필수
40, 50대는 간암도 대비해야 한다. 매년 세계적으로 100만명의 간암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상당수가 사망한다. 정기적으로 간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6개월 간격으로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받아야 한다.

50대는 뇌혈관 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뇌졸중은 주로 고혈압, 흡연, 음주, 당뇨, 고지혈증, 비만,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생긴다. 뇌혈관 질환 유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건강검진에 뇌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추가하면 좋다.

60대 이후에는 기본 검사와 함께 노인성 난청, 백내장 등의 질환을 알아내기 위해 시력검사와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우울증 검사도 필요하다. 치매 선별 검사, 골밀도 검사, 심장운동부하검사 등도 받는 것이 좋다. 남성은 남성호르몬검사와 전립선 초음파검사를, 여성은 여성호르몬검사와 골반 및 갑상샘 초음파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도움된다.

의약품 복용 사실 알려야

건강검진은 정기적으로 꾸준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 몇 년 거르면 어때’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어떤 암이든 조기 발견이 최선의 치료다. 일찍 발견하면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상당수의 암이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검사에 따라 매년 받아야 할 검사와 몇 년에 한 번 받아도 되는 검사로 나뉘기 때문에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계속 하는 것이 좋다. 건강검진 병원을 옮기더라도 과거에 받은 건강검진 항목을 보관하고 있으면 나중에 항목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검진 전날 저녁은 오후 7시 이전에 가볍게 먹고 술, 육류, 기름진 음식은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오후 9시 이후에는 물, 담배, 껌 등을 포함해 절대 금식해야 한다. 아스피린, 항응고제 등의 약을 복용한다면 검진 전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검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은 “건강검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검진 2~3일 전부터 과로와 음주를 피해야 한다”며 “여성은 생리를 마친 뒤 적어도 이틀 정도 지난 뒤에 검진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건강검진 문진표 꼼꼼히 챙겨야

김정숙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장은 “건강검진을 받으면 우리 몸의 모든 병을 100% 찾아낼 수 있다고 맹신하거나 반대로 검사 과정에 대한 오해로 검진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평소 본인의 생활습관, 흡연 여부, 가족력 등을 숙지해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상담을 통해 검진항목을 선택, 본인에게 필요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사 뒤 결과에 따른 지침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연령뿐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질환 위험도를 확인한 뒤 건강검진 항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나 친척 중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이 있다면 다른 검사에 앞서 심장 정밀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복부비만이 있다면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장질환과 함께 지방간, 고혈압, 당뇨 등의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건강검진을 마친 뒤 검진표에 ‘정상’이라고 나왔다고 건강을 자신해서는 안 된다. 검진표에 나온 정상 표시는 의학적으로 건강한 사람(큰 질환이 없고 술 담배를 거의 안 하는 사람)의 측정치로부터 가장 높은 쪽과 가장 낮은 쪽의 2.5%를 제외한 95%를 말하는 것이다.

암 검진 등을 받았는데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술 담배 등 좋지 않은 습관을 지속하다가 건강검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암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도움말=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김정숙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장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