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 월 5만원 내면 집에서도 호스피스 치료 받는다
앞으로 말기 암 환자들은 한 달에 5만원을 내면 병원이 아닌 집에서도 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이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받는 대신 가정에서 생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에 나선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은 11일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 “가정 호스피스를 도입해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편안한 임종을 맞도록 연명치료 대신 통증 완화와 상담 등을 제공하는 의료 활동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은 입원해야 만 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는데 앞으로는 가정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달 내 암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가정 호스피스 도입 근거를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한국호스피스학회가 암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의 75.9%는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지내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3월부터 일부 병원에서 가정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시행된다.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병원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뤄진 출장 호스피스팀을 구성해 환자의 집을 직접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환자는 간호사가 올 때마다 5000원,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방문할 때는 1만3000원 정도의 진료비를 내면 된다. 한 달간 간호사 여덟 번, 의사 한 번, 사회복지사가 한 번 자택에 방문한다고 치면 환자 부담은 월 5만원 수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년간 시범사업을 한 후 적정 방문 일수와 진료비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말기 암 환자가 사망 전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해 지출하는 의료비만 평균 1400만원(건강보험 지원액 포함)에 달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호스피스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환자들이 관행적으로 비싼 검사를 반복하면서 의료비 부담과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며 “입원형 가정형 등 다양한 방식의 호스피스가 제공될 경우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 제정안이 통과되면서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자 범위도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는 말기 암 환자만 호스피스 대상이지만, 제정안에선 에이즈, 만성간질환,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같은 다른 말기 질환자도 포함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