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싱가포르 핵심 공무원, 고교 때부터 엘리트 교육 받아
글로벌 기업보다 더 성과중심…한국형 인재 양성에 벤치마킹”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이달 8일 이 처장은 3박4일의 일정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지난해 11월 취임 후 첫 해외출장이다. 그는 총리실 인사국, 중앙인사위원회, 공무원대학 등 중앙인사기관 고위급 인사를 잇따라 만났다. 인사처 관계자는 “인재포럼 당시 페퍼 교수와 대담한 뒤 싱가포르를 직접 방문해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찾겠다는 이 처장의 의지가 반영된 출장”이라고 설명했다. 인재포럼에 참석한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의 기조연설도 이 처장의 싱가포르행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고 전 총리는 “성공하고자 하는 국가는 교육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한 9일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부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교육훈련 정책에 대해 이 처장에게 브리핑한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는 총리실 소속 인사국 국장이었다. 한국 국장급은 빨라야 40대 후반인데, 싱가포르 인사국 국장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었다. 이 처장을 수행한 신현미 정책개발과장은 “싱가포르 공무원은 20대 초반부터 체계적인 공직 훈련을 받는다”며 “국장뿐 아니라 30대 차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체계적인 공직 훈련의 중심에 싱가포르 공직 사회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핵심공무원단(Administrative Service) 제도’가 있다. 싱가포르는 장학금제도를 통해 인재를 선발한 뒤 교육·인사관리·보수·퇴직 등의 분야에서 특별 관리하는 엘리트 공무원인 핵심공무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행정고시처럼 별도 시험은 없지만 성적과 면접 등을 통해 고등학교 때부터 공무원으로 활약할 인재를 뽑는 것이다. 싱가포르 핵심공무원단은 약 300명으로 전체 공무원(8만2000명)의 0.4%다.
이 처장은 싱가포르 공직 사회와 민간 분야의 활발한 교류에도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공무원과 달리 싱가포르 공무원은 신분 보장을 받지 못한다. 대신 민간 기업으로 진출하는 데 전혀 제약이 없다는 것이 인사처의 설명이다. 국장급도 억대 연봉을 받는 등 성과 중심의 연봉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평가는 A~E 5단계다. 성과평가 결과가 D등급 이하면 일정 기간 재교육을 이수하게 하거나 공직에서 즉시 퇴출시킨다.
이 처장은 “핵심공무원단 제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인사제도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핵심인재 양성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