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人터뷰] 외국인 위한 관광책 '마이코리아' 펴낸 '투잡의 달인' 백승우 사진작가 겸 호텔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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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서 자전거 타려면? 영어 되는 미용실 어디?
"외국인들의 서울 궁금증 풀어주려고 한국의 일상, 사진과 글로 담아 책 냈죠"
"외국인들의 서울 궁금증 풀어주려고 한국의 일상, 사진과 글로 담아 책 냈죠"
사진작가 백승우
2년 동안 ‘권할 만한 장소’ 찾아 기록
페이스북 연재하는 글·사진 보고
외국인 친구들 SNS로 연락 ‘뿌듯’
궁궐사진 편하게 맘껏 찍고 싶어
문화해설사 자격증까지 땄죠
호텔리어 백승우
하얏트 다니며 6개 대학원 졸업
“직업과 관련…일의 연장이라 생각”
고객에게 사진책 선물하면 ‘감동’
30년 동안 고객 질문 되짚어보니
어떤 사진과 글 원하는지 알게 돼
백승우 씨(57·사진)는 ‘투잡족’이다. 하나는 사진가, 다른 하나는 호텔리어다. 호텔리어로 살아온 세월은 30년, 사진가 경력은 올해로 10년째다. 두 직업 모두 웬만한 사람이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질 것 같은 멋진 타이틀이다.
지난 9일 서울 덕수궁에서 백씨를 만났다. 기자가 입장권을 사러 매표소로 가는 사이 그의 발길은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으로 곧장 향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대한문 옆 경비원에게 보여준 뒤 궁 안으로 쑥 들어갔다. “궁궐길라잡이(문화재 해설사) 신분증입니다. 고궁 사진을 찍다 보니 제약이 많더군요. 사진을 마음껏 찍고 싶어서 아예 문화재 해설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열 달 동안 교육받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백씨는 그랜드하얏트호텔 상무이자 하얏트인터내셔널 동아시아 재무담당 이사를 맡고 있다. 이 일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사진의 세계에 뛰어들더니, 이젠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방방곡곡을 카메라에 담고 다닌다. 이달 초엔 그렇게 모은 사진과 자신만의 설명을 담은 영문 관광안내서 《마이 코리아(My Korea)》를 출간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그는 왜 하는 걸까.
호텔리어, 사진을 만나다
백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호텔리어로만 살았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하얏트에 입사한 뒤 호텔 업무에만 최선을 다했다.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6곳의 대학원을 다니며 석사 학위 3개, 박사 학위 2개를 땄고 1개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위를 많이 받긴 했지만 모두 경영과 재무, 호텔경영 등 직업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회사 일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공부했죠.”
그런 그가 처음 사진에 입문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카메라 가게에 걸린 사진 한 장을 보고 마음에 들어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구입한 게 시작이었다.
그 후 지인의 소개로 사진평론가 겸 미학자인 진동선 씨를 만났다. 진씨는 이론가였지 사진을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었다. “진 선생님을 모시고 몇몇 사람이 모여 미학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예술이 무엇인지 이론적으로 배우니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지더군요. 미학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정도로 푹 빠졌어요. 그러고 나서 사진을 배웠습니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사진을 기술적으로 마스터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7년부터 전시회를 열기 시작했고, 2009년 ‘더 윈도’ 시리즈를 전시했을 땐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한번쯤 다녀갈 정도로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았다. 내년엔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진짜 한국’ 보여주고 싶어
사진가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나라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업무상 외국인들로부터 한국 문화와 관광지에 대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엔 이런 것이 좋다’는 일방적 안내 자료보단 그들과 다른 문화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사원과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등으로 세분화된 복잡한 직함입니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머리를 깎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국의 고궁 이야기 등 정말 다양합니다.”
백씨는 전국의 호텔을 다니며 객실에 비치된 한국 소개 영문서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허탈했다. 주변 고궁이나 관광지를 소개하는 간단한 소책자뿐이었다. 그것도 기존 자료들을 베껴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사진 역시 감흥을 주지 못하는 평범한 것들이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도 한국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 단 한 권도 없더라고요. 한국의 드라마, 대중음악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게 늘었는데 정작 한국을 똑바로 알리는 책 한 권이 없던 겁니다. 명색이 사진가이자 호텔리어라고 하던 저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에게 권할 만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는 2012년 사진집 《약수동 출근길》을 출간했다. 2008년부터 4년간 자택인 서울 약수동에서 남산에 있는 직장까지 걸어서 출근하며 찍은 서울의 평범한 거리 풍경을 담은 책이다. 국내에서 “서정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호평을 받은 이 책은 외국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외국인 비즈니스 파트너나 고객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더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뻔한 관광지 사진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사는 모습에 흥미를 느끼고,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마이 코리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에겐 주말이 없었다.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한국의 대표적 고궁들을 찾아갔다. ‘궁궐길라잡이’ 자격증을 딴 이유도 왕궁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미용사가 일하는 미용실, 한국인이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이유, 한국의 문상 예절, 가 볼 만한 가게의 전화번호 등 ‘평범하고 소소하지만 한국인도 알기 어려운 물음’의 답을 얻으려고 비지땀을 흘렸다. 사진가로서의 면모 또한 유감없이 발휘했다.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연 백씨는 다양한 풍경과 음식, 점포 인테리어 등을 감각적 영상으로 담아냈다.
처음엔 자신이 쓴 글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연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해 ‘좋아요’를 누르는 외국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년쯤 지나자 그 수가 하루에 50개, 많게는 100개까지 늘었다.
“지난 2년간 토요일과 일요일은 거의 모두 취재에 쏟아부었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엔 새벽 5시에 일어나 글을 썼어요. 영어 단어 하나를 쓸 때도 신중하게 골랐어요. 전주비빔밥집을 소개하기 위해 전주를 열 번도 넘게 갔습니다. 유명하다는 가게에 가서 맛을 다 봤어요. 그래야 진짜 정보가 나올 수 있잖아요. 그렇게 선별한 곳을 책 속에 넣었지요. 전 직접 가 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글로 쓰지 않거든요.”
“마음의 빚 갚는 심정”
백씨는 원래 《마이 코리아》를 자비로 출간하려 했다. 그런데 원고가 완성된 뒤 출판사에서 내용을 보고 “이 원고로 전자책을 내면 인터넷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꽤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라며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홍보하려는 기관이나 개인에게도 이 책의 사진과 내용을 무료로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호텔리어로 30년을 살았습니다. 게다가 사진가이기도 하고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보여드릴 게 없어 늘 미안했는데 이 책으로 마음의 빚을 갚는다고 생각합니다.”
■ 직장인이 투잡으로 성공하는 법
두 일 사이 궁합이 첫째, 철저한 시간관리가 둘째,
세번째는 두번째 일을 취미로 적당히 하는 건 금물…전문가 소리 들어야
백승우 씨는 호텔리어(그랜드하얏트호텔 상무)이자 사진가다. 세계적 호텔의 임원이니 사진은 적당히 취미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작품은 평론가들로부터 예술적 깊이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대기업 빌딩에도 그의 작품이 여러 점 걸려 있다.
경쟁이 치열한 직장에서 임원까지 오르면서 이렇게 또 하나의 직업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투잡에 성공한 사람들은 첫째 두 일 사이에 ‘궁합’이 맞아야 한다고 말한다.
백씨는 회사 홍보나 간행물에 자신의 사진을 사용한다고 한다. 다른 지역 하얏트호텔에서 그의 사진으로 달력을 제작하겠다고 요청하기도 한다. 백씨가 사진 작품에 호텔을 소재로 쓰기도 한다. 그의 작품 ‘더윈도’ 시리즈는 호텔 창과 그 밖의 풍경을 같이 담았다. 두 직업이 서로 도와주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개인이 철저히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업무 시간에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 근무 외 시간과 주말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두 번째 일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약속이나 취미생활을 정리해야 한다. 세 번째는 두 번째 일을 적당히 취미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취미와 직업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철저히 몰입해 두 번째 일도 ‘전문가’ 소리를 들어야 한다. 백씨는 사진가가 되기 위해 미학을 2년 동안이나 공부했다. 관련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글·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2년 동안 ‘권할 만한 장소’ 찾아 기록
페이스북 연재하는 글·사진 보고
외국인 친구들 SNS로 연락 ‘뿌듯’
궁궐사진 편하게 맘껏 찍고 싶어
문화해설사 자격증까지 땄죠
호텔리어 백승우
하얏트 다니며 6개 대학원 졸업
“직업과 관련…일의 연장이라 생각”
고객에게 사진책 선물하면 ‘감동’
30년 동안 고객 질문 되짚어보니
어떤 사진과 글 원하는지 알게 돼
백승우 씨(57·사진)는 ‘투잡족’이다. 하나는 사진가, 다른 하나는 호텔리어다. 호텔리어로 살아온 세월은 30년, 사진가 경력은 올해로 10년째다. 두 직업 모두 웬만한 사람이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질 것 같은 멋진 타이틀이다.
지난 9일 서울 덕수궁에서 백씨를 만났다. 기자가 입장권을 사러 매표소로 가는 사이 그의 발길은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으로 곧장 향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대한문 옆 경비원에게 보여준 뒤 궁 안으로 쑥 들어갔다. “궁궐길라잡이(문화재 해설사) 신분증입니다. 고궁 사진을 찍다 보니 제약이 많더군요. 사진을 마음껏 찍고 싶어서 아예 문화재 해설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열 달 동안 교육받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백씨는 그랜드하얏트호텔 상무이자 하얏트인터내셔널 동아시아 재무담당 이사를 맡고 있다. 이 일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사진의 세계에 뛰어들더니, 이젠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방방곡곡을 카메라에 담고 다닌다. 이달 초엔 그렇게 모은 사진과 자신만의 설명을 담은 영문 관광안내서 《마이 코리아(My Korea)》를 출간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그는 왜 하는 걸까.
호텔리어, 사진을 만나다
백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호텔리어로만 살았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하얏트에 입사한 뒤 호텔 업무에만 최선을 다했다.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6곳의 대학원을 다니며 석사 학위 3개, 박사 학위 2개를 땄고 1개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위를 많이 받긴 했지만 모두 경영과 재무, 호텔경영 등 직업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회사 일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공부했죠.”
그런 그가 처음 사진에 입문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카메라 가게에 걸린 사진 한 장을 보고 마음에 들어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구입한 게 시작이었다.
그 후 지인의 소개로 사진평론가 겸 미학자인 진동선 씨를 만났다. 진씨는 이론가였지 사진을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었다. “진 선생님을 모시고 몇몇 사람이 모여 미학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예술이 무엇인지 이론적으로 배우니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지더군요. 미학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정도로 푹 빠졌어요. 그러고 나서 사진을 배웠습니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사진을 기술적으로 마스터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7년부터 전시회를 열기 시작했고, 2009년 ‘더 윈도’ 시리즈를 전시했을 땐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한번쯤 다녀갈 정도로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았다. 내년엔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진짜 한국’ 보여주고 싶어
사진가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나라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업무상 외국인들로부터 한국 문화와 관광지에 대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엔 이런 것이 좋다’는 일방적 안내 자료보단 그들과 다른 문화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사원과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등으로 세분화된 복잡한 직함입니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머리를 깎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국의 고궁 이야기 등 정말 다양합니다.”
백씨는 전국의 호텔을 다니며 객실에 비치된 한국 소개 영문서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허탈했다. 주변 고궁이나 관광지를 소개하는 간단한 소책자뿐이었다. 그것도 기존 자료들을 베껴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사진 역시 감흥을 주지 못하는 평범한 것들이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도 한국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 단 한 권도 없더라고요. 한국의 드라마, 대중음악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게 늘었는데 정작 한국을 똑바로 알리는 책 한 권이 없던 겁니다. 명색이 사진가이자 호텔리어라고 하던 저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에게 권할 만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는 2012년 사진집 《약수동 출근길》을 출간했다. 2008년부터 4년간 자택인 서울 약수동에서 남산에 있는 직장까지 걸어서 출근하며 찍은 서울의 평범한 거리 풍경을 담은 책이다. 국내에서 “서정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호평을 받은 이 책은 외국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외국인 비즈니스 파트너나 고객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더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뻔한 관광지 사진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사는 모습에 흥미를 느끼고,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마이 코리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에겐 주말이 없었다.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한국의 대표적 고궁들을 찾아갔다. ‘궁궐길라잡이’ 자격증을 딴 이유도 왕궁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미용사가 일하는 미용실, 한국인이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이유, 한국의 문상 예절, 가 볼 만한 가게의 전화번호 등 ‘평범하고 소소하지만 한국인도 알기 어려운 물음’의 답을 얻으려고 비지땀을 흘렸다. 사진가로서의 면모 또한 유감없이 발휘했다.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연 백씨는 다양한 풍경과 음식, 점포 인테리어 등을 감각적 영상으로 담아냈다.
처음엔 자신이 쓴 글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연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해 ‘좋아요’를 누르는 외국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년쯤 지나자 그 수가 하루에 50개, 많게는 100개까지 늘었다.
“지난 2년간 토요일과 일요일은 거의 모두 취재에 쏟아부었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엔 새벽 5시에 일어나 글을 썼어요. 영어 단어 하나를 쓸 때도 신중하게 골랐어요. 전주비빔밥집을 소개하기 위해 전주를 열 번도 넘게 갔습니다. 유명하다는 가게에 가서 맛을 다 봤어요. 그래야 진짜 정보가 나올 수 있잖아요. 그렇게 선별한 곳을 책 속에 넣었지요. 전 직접 가 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글로 쓰지 않거든요.”
“마음의 빚 갚는 심정”
백씨는 원래 《마이 코리아》를 자비로 출간하려 했다. 그런데 원고가 완성된 뒤 출판사에서 내용을 보고 “이 원고로 전자책을 내면 인터넷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꽤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라며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홍보하려는 기관이나 개인에게도 이 책의 사진과 내용을 무료로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호텔리어로 30년을 살았습니다. 게다가 사진가이기도 하고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보여드릴 게 없어 늘 미안했는데 이 책으로 마음의 빚을 갚는다고 생각합니다.”
■ 직장인이 투잡으로 성공하는 법
두 일 사이 궁합이 첫째, 철저한 시간관리가 둘째,
세번째는 두번째 일을 취미로 적당히 하는 건 금물…전문가 소리 들어야
백승우 씨는 호텔리어(그랜드하얏트호텔 상무)이자 사진가다. 세계적 호텔의 임원이니 사진은 적당히 취미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작품은 평론가들로부터 예술적 깊이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대기업 빌딩에도 그의 작품이 여러 점 걸려 있다.
경쟁이 치열한 직장에서 임원까지 오르면서 이렇게 또 하나의 직업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투잡에 성공한 사람들은 첫째 두 일 사이에 ‘궁합’이 맞아야 한다고 말한다.
백씨는 회사 홍보나 간행물에 자신의 사진을 사용한다고 한다. 다른 지역 하얏트호텔에서 그의 사진으로 달력을 제작하겠다고 요청하기도 한다. 백씨가 사진 작품에 호텔을 소재로 쓰기도 한다. 그의 작품 ‘더윈도’ 시리즈는 호텔 창과 그 밖의 풍경을 같이 담았다. 두 직업이 서로 도와주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개인이 철저히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업무 시간에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 근무 외 시간과 주말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두 번째 일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약속이나 취미생활을 정리해야 한다. 세 번째는 두 번째 일을 적당히 취미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취미와 직업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철저히 몰입해 두 번째 일도 ‘전문가’ 소리를 들어야 한다. 백씨는 사진가가 되기 위해 미학을 2년 동안이나 공부했다. 관련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글·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