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고릴라는 평생 암컷 하나와 짝짓기를 하지만 침팬지는 여러 수컷과 교미를 합니다.”

지난 11일 밤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성인 과학공연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Science Night Live·SNL)’는 첫 코너부터 선을 아슬아슬 넘나들었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이 공연은 케이블채널 tvN의 시사 풍자 코미디쇼 새터데이나이트(SNL)에서 이름과 형식을 따왔다. 유명 강사가 연단에 서서 대중에게 과학을 소개하는 주입형 강연에서 벗어나 상황극과 힙합 공연, 마술쇼 등 다채로운 형식으로 구성됐다. 공연을 총괄한 김재혁 과학창의재단 연구원은 행사 시작에 앞서 “오늘은 교육이 아니라 그저 웃고 즐겨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성적 욕망이 강한 인류 탄생과 진화를 다룬 ‘진화요정’, 연애 감정을 수학 방정식으로 나타낸 ‘수학OS’가 ‘19금’ 비유를 넘나들자 객석은 빵 터졌다. 금기에 가까운 성(性) 과학을 실험적으로 다룬 상황극 ‘중앙발전연구소’는 공연의 절정을 이뤘다. 공연이 흥미 위주의 19금 소재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과학이 마니아의 전유물과 청소년의 교육 소재로 보는 엄숙주의는 낡은 것이 되고 있다. 과학마저도 ‘웃음’의 코드로 읽는 일반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