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등 DNA 심자"…삼성전자 임원들, 계열사로 전진배치
삼성전자 임원들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등 주력계열사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신사업을 하는 곳으로 대거 전진배치됐다. 삼성전자가 가진 글로벌 1등 DNA를 다른 곳에 전수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반도체에서 1등을 이뤄낸 인력을 대거 다른 사업부로 발령내 TV, 스마트폰 등에서 연속으로 세계를 제패한 경험이 있다.

13일 삼성에 따르면 이달 초 임원인사로 김석필 삼성전자 부사장(글로벌협력팀장)은 제일기획 비즈니스1부문장으로 이동했다. 김 부사장은 2010~2013년 삼성전자 유럽총괄을 맡아 당시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 증가를 주도했다. 그는 제일기획에서 해외사업을 총괄한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메모리제조센터장을 맡았던 조인수 부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로 옮겼다. 삼성전자 소속으로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광고홍보를 맡았던 노승만 부사장은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전략팀에서 사업전략을 담당했던 김홍경 전무는 삼성SDI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에서 일했던 정광영 전무는 삼성전기 CFO를 맡았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최치영 전무는 삼성전기 디지털모듈(DM)사업부장에 선임됐다.

미래전략실 전략팀에 있던 송규종 상무(삼성전자 소속)는 삼성물산 경영지원팀으로, 삼성전자 정보보호센터장이던 황기영 상무는 삼성SDS로 옮겼다. 삼성SDS는 사장단 인사를 통해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을 솔루션사업부문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또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근무하던 김경아 상무는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옮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등을 해본 사람은 사업 전략, 생산 노하우 등에서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삼성전자 임원을 계열사로 전진배치해 1등 노하우를 전수하는 건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에서 가장 먼저 세계 1위를 달성한 반도체 핵심 인력이 TV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으로 옮겨 차례로 1등을 실현해낸 경험에서 비롯됐다.

삼성 계열사에 삼성전자 출신 사장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조남성 삼성SDI 사장과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등은 메모리사업부 출신이며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삼성전자 인사팀장, 김봉영 삼성물산 사장은 삼성전자 경영진단팀장 출신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