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훈 동양종합식품 회장은 최근 출범한 ‘할랄비즈 중소기업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그동안 할랄 식품 수출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중소기업이 받는 혜택은 거의 없다는 얘기였다.
지난달 말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연 한국식품박람회 ‘K-푸드페어’ 참가 업체 명단을 보고 나서야 왜 중소기업들이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시 22개 국내 업체가 선정돼 이슬람 국가 바이어와 수출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8월과 10월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있었다. 세 번의 할랄 식품 행사에 참가한 기업은 58곳이었다. 행사마다 20여개를 선정했는데 일부 업체가 두세 차례나 참여해 결국 혜택을 받은 기업은 38개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 가운데 20개 업체가 농협과 영농조합법인 등 농업 관련 회사였다. 일반 식품 회사는 CJ제일제당과 빙그레 등 대부분 대기업과 중견기업이었다. 몇몇 중소기업이 참가했으나 일부 품목에 그쳤다. 할랄 식품 수출 주무부처가 농식품부지만 지나치게 농업 관련 회사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청 업체를 대상으로 기준에 맞춰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월 참가 신청 접수를 받을 때 홈페이지와 지역 산하기관을 통해 공지한 것 외에는 홍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6월 ‘할랄 시장 수출 15억달러 달성 추진’ 보도자료를 내면서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기업들이 할랄 식품시장 진출 때 겪는 애로로 46.7%가 정보 부족을 꼽았다는 내용이었다. 농식품부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중소 식품업체의 24%가 할랄 식품시장 진출을 희망한다는 것도 무시했다. 당시 수출을 희망했던 71곳의 중소기업 가운데 박람회에 참석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농식품부가 부처를 뛰어넘어 할랄 식품 수출을 총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