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소녀시대’니 ‘K팝 모방’이니 하는 평가를 받았던 모란봉악단이 이 지명을 따 창단된 게 2012년이었다.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그의 지시로 활동을 시작해 화젯거리도 많았다. 수려한 용모에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는 화려한 의상, 세련된 율동은 기존의 북한 가수와는 딴판이었다. 전해진 선발 기준부터가 얘깃거리였다. 예술가 양성기관인 금성학원과 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이고, 6급까지 나뉘는 예술인 등급에서 1급, ‘165㎝, 50㎏’ 조건은 기본이며, 악단활동 중엔 결혼도 연애도 금지돼 있으며…. 북한식 걸그룹이 갑자기 뜬 것은 김정은 시기의 상징적 단면이 될 만도 했다. 핵과 기아, 결국 강성 아니면 극빈으로 비쳐온 대외이미지를 부드럽게 해보자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모란봉악단이 또 한 번 관심을 모은 것은 2013년 10월 이후 갑자기 공연소식이 끊기면서였다. 소위 전승절, 노동당기념일 등 주요행사 때마다 선보였던 공연이 근 반 년간 무소식이었다. 그즈음 실력자 장성택이 처형됐다. 모란봉악단 단장이 ‘음란 동영상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소문도 이때 나돌았다. 호사가들의 분석과 논평이 이어졌지만 ‘은둔의 왕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길도 없다. 이들의 컴백공연은 주요 연주자가 바뀐 채 번쩍번쩍하던 무대의상 대신 군복풍의 제복차림으로였다. 김정은에 대한 충성과 찬양 음악이 재등장의 메뉴였다.
12일부터 오늘까지로 예정됐던 모란봉악단의 베이징공연이 개막 4시간 전에 전격 취소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전날 리허설까지 마친 국가대표급 악단이 공연직전에 황급히 평양행 비행기를 탄 것은 정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중국 당국이 사흘분 티켓 6000여장을 일괄 구매해 공산당원, 관료, 기업인들에게 초청 형식으로 나눠준 정부 차원의 행사였다.
북한의 수소폭탄 보유 주장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고 중국 최고 지도부의 관람불참에 북이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들린다. 하지만 북한도 중국도 이런 일에서 분명하게 상황을 정리해주는 곳은 애초 아니다. 북의 예측불가론에 케이스가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이 잔치판을 뒤엎은 북을 어떻게 여길지….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