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기 플러그는 두 손으로 힘들게 뽑아야 하지?’

신헌수 태주산업 대표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아내는 전기밥솥을 사용한 뒤 전기 플러그를 뽑을 때마다 불편해했다. 벽면에 있는 매립형 콘센트에서 분리해야 했는데, 두 손을 사용해 어렵게 뽑고 있었다. 그래서 매번 플러그를 신 대표가 대신 뽑아줬다. 처갓집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뇌경색을 앓고 있는 장모는 플러그를 쉽게 뽑지 못했다. 신 대표는 생각했다. ‘가볍게 눌러서 전기 플러그만 분리된다면 훨씬 편하고 안전할 텐데.’

그리고 2년 후인 2005년, 그는 세계 최초로 눌러서 빼는 멀티탭을 개발했다. 한 손으로도 뺄 수 있는 안전한 멀티탭이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일상 속의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에 나섰다. 신 대표는 “작은 아이디어지만 판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며 “여기에 창업사관학교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태주산업·아트피그소프트, 아내 불편 해결하려다 '新시장 개척'
편리한 멀티탭에 해외에서 주문 밀려

이 멀티탭의 이름은 ‘클릭탭’이다. 한 손으로 탈부착이 가능하고, 먼지로 인한 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품만 만들었다고 해서 사업화가 쉽게 이뤄지진 않았다. 제품 완성은 사업의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판로를 개척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청년창업사관학교의 글로벌화지원사업을 신청하게 됐다. 신 대표는 “국내외 신시장 개척에 필요한 구체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최근 독일에서 30억원에 달하는 36만여개의 제품 주문이 들어왔다. 프랑스의 한 바이어는 10억원 투자를 선뜻 제안했다. 그는 “해외 바이어들이 적극적으로 수입하겠다고 나서 사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태주산업·아트피그소프트, 아내 불편 해결하려다 '新시장 개척'
불편함·고정관념을 깨라

신 대표처럼 가족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려다 창업한 또 다른 기업인이 있다. 김기용 아트피그소프트 대표다. 김 대표도 업계 종사자들의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그는 어느 날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내의 투정을 들었다. 앱북을 사용하던 아내는 “뭐야, 이건 왜 수정을 못하게 돼 있어. 번거롭게”라고 말했다. 앱북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콘텐츠를 내려받는 제품이다. 단순히 읽는 것만이 아닌 배경음악과 움직이는 등장인물 등 멀티미디어적 요소가 부각된다. 아내는 앱북 제작 도구가 정형화돼 있어 마음대로 수정 작업을 할 수 없다고 곤란해했다. 불편함을 해결하려던 김 대표는 결국 앱북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게 됐다.

그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 앱북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창작자는 단순히 내용을 입력하기만 하고, 자유롭게 수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속적인 수정이 필요한 작업의 특성 때문에 수정 사항에 대한 빠른 피드백이 필요했는데, 이 같은 문제로 작업 속도도 느려지고 창작자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도움으로 상용화

그는 2010년 말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엔 1년 내에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 대표는 “실제 창업과 관련된 실무적인 부분에서는 경험이 부족했다”며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가면서 실무 관련 내용을 배우고 인적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2년 내에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를 발판으로 아트피그소프트는 2013년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퍼블스튜디오에 앱북 제작 솔루션을 공급하고, 교원 ‘올플레이 잉글리시’ 앱북 50권을 제작했다.

내년부턴 해외시장도 적극 개척할 계획이다. 영국 옥스퍼드사 과학 동화 시리즈 40권을 내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맥밀란, 디지털리프 등과 라이선싱 계약도 준비하고 있다. 출판사들의 책을 시리즈 단위로 묶은 앱을 출시해 미국과 유럽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그는 “일상에서 얻은 평범한 아이디어로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더욱 진화된 형태의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사업을 적극 확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