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지난해 B사에 제품을 납품했지만 납품대금 600만원가량을 받지 못했다. 부품 애프터서비스(AS)를 해주고 받아야 하는 3000여만원도 지급을 거절당했다. B사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온 ‘간이거래명세서’를 문제삼았다. 정식 거래 명세서를 끊지 않고 간이명세서만으로는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분쟁이 발생하자 A사는 제조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협의회 측은 “제품 출고 기록 등을 봤을 때 B사가 A사에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놨다. B사는 A사에 2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기업 간 하도급 거래 때 분쟁이 생기면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제조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납품대급 미지급 △부당한 대금 결정 및 감액 △부당 위탁취소 등을 다툴 수 있다. 분쟁조정 대상은 제조 수리 부문은 5000억원 미만 사건, 용역 부문은 500억원 미만 사건이다.

사건이 접수되면 사실조사를 거쳐 확인된 사항을 토대로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조정이 이뤄진다. 길면 몇 년씩 걸리는 민사소송보다 훨씬 빠르다. 조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 만약 기업 측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로 사건이 넘어간다.

협의회는 공익대표 3인과 원청 사업자 3인, 수급 사업자 3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 공익대표는 이성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위원장), 배종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조유현 중소기업연구원 자문위원 등이다. 원사업자 측에서는 김학용 포스코 설비자재구매실장, 조지현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그룹장, 류현우 현대·기아자동차 상생협력실장 등이 참여했다. 수급 사업자 측에서는 김종달 미성포리테크 대표, 박순황 건주정공 대표, 어진선 삼진정공 대표가 협의회 위원으로 들어가 있다.

소한섭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소송의 경우 기업인들이 경영에 집중하기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실제 보상받기도 어렵다”며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제조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