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14일 서울 금융위 기자실에서 은행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14일 서울 금융위 기자실에서 은행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전국은행연합회가 14일 내놓은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은 올 들어 급증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난 7월22일 발표한 대책의 상세 해설서 격이다. 골자는 두 가지다. 은행이 주택대출을 집행할 때 담보보다는 차입자의 ‘빚 갚는 능력’을 먼저 평가하고, 이자만 내고 원금은 만기에 갚는 방식 대신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는 비거치식·분할상환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택대출 규제를 덜 받은 비(非)수도권도 내년 5월부터는 깐깐한 대출심사 기준이 적용된다.

▷새 가이드라인은 언제부터 적용하나.

“수도권은 내년 2월1일, 비수도권은 5월2일부터 적용하며, 시점은 대출 실행일이 아닌 대출 신청일 기준이다. 차입자가 은행이 원하는 상환능력을 증빙하지 못하면 대출한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깐깐해지는 주택대출] 5억 아파트 살 때 2억 빌리면 월 상환액 50만→193만원
▷모든 대출을 비거치식·분할상환 형태로 받아야 하나.

“모든 신규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에 적용한다. 2억원을 고정금리 연 3%로 10년간 빌렸다면 지금은 거치식·일시상환으로 월 50만원의 이자만 내면 되지만, 내년부터 비거치식·분할상환이 의무화되면 월 193만원(원리금)을 부담해야 한다. 신규주택 구입용이 아니더라도 주택가치나 본인소득 대비 대출액이 많은, 고(高)부담 대출이면 비거치식·분할상환으로 대출받아야 한다. 이번 방안은 ‘가계’의 주택대출에만 적용하기 때문에 자영업자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주택대출을 받을 때는 거치식·일시상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아파트 집단대출, 가구주 사망·퇴직이나 의료비·학자금 용도 등 긴급한 생활자금 대출 등도 만기 일시상환 대출이 허용된다.”

▷고부담 대출의 기준은 뭔가.

“담보인정비율(LTV) 60% 이상 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60%를 넘는 대출을 말한다. 다만 LTV가 60%를 넘더라도 DTI가 30% 이하면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 대상이 아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은 어떻게 바뀌나.

“5억원짜리 수도권 아파트를 담보로 3억1000만원을 연 4% 고정금리로 10년간 빌린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만기 일시상환으로 대출받으면 매달 103만원씩 이자를 내면 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고부담 대출(LTV 62%)에 해당돼 원리금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받아야 한다. 이 경우 갚아야 할 원리금은 월 314만원으로 만기 일시상환 때보다 세 배가량 많아진다.”

▷거치기간은 전혀 둘 수 없나.

“최대 1년까지 거치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대출 초기 취득세 납부, 이사비용 등을 고려해서다.”

▷최저생계비 대출한도는 어떻게 바뀌나.

“지금은 비수도권에 한해 최저생계비 주택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별도 서류를 내지 않아도 주민등록등본상 가구주면 4인가구 기준 연 2000만원의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 10년 만기, 1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3000만원 이하 소액대출에 대해서만 최저생계비를 활용한 대출이 가능하다.”

▷스트레스 금리를 새로 도입하는데.

“스트레스 금리는 변동금리 신규 주택대출을 받을 때 대출한도를 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의 금리다. 내년 11월까지는 일단 2.7%포인트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내년 5월 연 2.5%의 변동금리로 주택대출을 받는다면 여기에 2.7%포인트를 더한 연 5.7%의 금리를 기준으로 DTI를 평가해 대출금 한도를 정한다. 한도를 넘어선 대출이 필요하면 고정금리로 바꿔야 한다.”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면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 있나.

“그럴 수 있다. 정부는 이 금리를 추가 적용한 DTI가 80%를 넘으면 고정금리 대출로 유도하거나 대출한도를 줄이도록 할 방침이다. 연소득 3000만원인 A씨가 3억원짜리 지방 아파트를 사기 위해 변동금리 연 2.5%에 2억1000만원 10년짜리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DTI 제한에 걸리지 않아 신청액을 전액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엔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한 DTI가 89.9%에 달해 고정금리 대출을 받거나 DTI 80% 초과분(2300만원)을 뺀 1억8700만원만 변동금리로 대출받아야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도입되면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DTI가 은행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2금융 부채의 이자상환액만 따지던 것과 달리 DSR은 모든 금융권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평가해 산출한다. 정부는 DSR이 80%를 넘는 차입자에 대해선 은행이 상환계획을 상담하는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대출한도 축소 혹은 대출 거절의 잣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담보인정비율

LTV=loan to value ratio. 담보가치(주택가격) 대비 대출액 비율. 현재 은행권 LTV는 지역에 관계없이 최대 70%다.


총부채상환비율

DTI=debt to income ratio. 대출 원금과 이자가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현재 수도권에만 60%를 적용하고 있지만, 내년 5월부터는 사실상 지방에도 적용한다.


상승가능금리(스트레스 금리)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 주택대출 한도를 정할 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로 얹는 금리. 최근 5년간 한국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에서 매년 11월 가중평균 금리를 차감해 산출한다. 대출 시점의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더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연소득의 80%(상승가능 DTI 80%)를 넘으면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

DSR=debt service ratio. 차입자의 모든 부채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연소득 대비로 나타낸 지표. 은행권을 포함한 모든 금융회사 빚을 합해 이를 기준으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산출한다. 앞으로는 차입자의 DSR이 80%를 넘으면 은행의 사후관리 대상이 된다.

이태명/박한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