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스크랴빈 등 다채로운 음악 들려줄게요"
“저의 음악적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곡들로 준비했어요. 바흐나 베토벤 같은 전통적 레퍼토리가 하나도 없습니다. 상주음악가로서 공연하는 다섯 번의 연주회가 모두 도전적인 무대입니다. 젊은 연주자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6·사진)이 2016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됐다. 선우예권은 15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엇보다 연주자로서 다양한 연주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며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금호아트홀은 2013년 국내 최초로 상주음악가 제도를 도입했다. 상주음악가 제도는 로열 콘서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등 해외 클래식 음악계에서 젊은 클래식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해 활발히 운영하는 제도다. 상주음악가에게는 선정 주체가 보유한 콘서트홀 무대에 자주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연주 특전이 주어진다.

선우예권은 2013년 센다이국제음악콩쿠르를 포함해 지난해 베르비에콩쿠르, 올해 인터내셔널저먼피아노어워드 등 7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는 이번 상주음악가 선정으로 내년 4회의 리사이틀과 1회의 듀오 리사이틀 등 총 다섯 차례 무대에 선다. 내년 1월7일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와 5월26일 ‘올 슈베르트’, 6월9일 ‘스크랴빈, 생상스 그리고 리스트’, 9월8일 ‘올 프로코피에프-전쟁소나타 전곡’, 12월15일 앤 마리 맥더모트와 함께 꾸미는 듀오 리사이틀 등이다. 그는 내년 무대에 대해 “순서대로 황금색과 갈색, 검은색과 붉은색 그리고 흰색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6월 공연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에튀드 전곡을 무대에 올리는데 악마적인 분위기인 동시에 여러 색이 섞였을 때 나오는 색상인 검은색의 느낌일 것 같아요. 12월 마지막 공연은 그동안 실내악을 좋아하면서도 피아노 듀오를 할 기회는 흔치 않았기에 흰색 도화지 같은 느낌이고요.”

16세 때부터 약 10년간 해외 콩쿠르에 꾸준히 출전해 온 선우예권은 국내보다 해외에 먼저 알려진 실력파 피아니스트다. 지난 8월 스위스 클래식 음악축제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초로 리사이틀을 열었다. 지난해 ‘베르비에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로 선 독주 무대였다. 선우예권은 “경험을 쌓는 동시에 다양한 연주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매력이어서 콩쿠르에 꾸준히 나갔다”며 “콩쿠르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며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관객이 제 음악을 들었을 때 내면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완벽한 연주보다 뜨거운 감정을 일으키는 연주였으면 합니다. 이번 상주음악가 활동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