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15일 내년 4·13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담판을 벌였지만 최종 합의안 도출에 진통을 겪었다.

정 의장과 양당 대표·원내대표·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석한 이날 회동은 오전 11시20분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회의 시작에 앞서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 합의가 안 되면) 입법 비상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어서 의장으로 특단의 조치를 안 할 수 없다”며 “가능하면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해야 한다. 문을 걸어 잠가 교황(선출)식으로 얘기하더라도 결판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의장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야 주장은 평행선을 그렸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정 의장이 선거구 획정안을 직권상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특단의 조치가 직권상정을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안 하면 선거가 안 될 수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국회법 제85조1항에 따르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으로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의 합의 등이 있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여야 협상이 무산되는 것을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하고 직권상정하겠다는 게 정 의장의 판단이다.

직권상정을 위해 지정하는 심사기일 시점에 대해 “법적으로 입법 비상사태라고 인정할 수 있는 시점이다. 그러니까 연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오는 28일이 심사기일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직권상정 안건에 대해선 “지금 다 나와 있는 안들이다. 여야가 주장하는 안과 이병석 위원장 중재안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올해가 지나기 전에 선거구 획정안을 합의해 처리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연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내년 총선의 선거구가 없어지는 등 국가적인 대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직권상정 준비는 의장의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