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승소했다.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이기면서 은행권 통상임금 소송이 사측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9단독 박우종 판사는 우리은행 근로자 이모씨 등이 “통상임금을 다시 산정해 늘어나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2600여만원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원고는 근로자 세 명뿐이지만 이들은 노동조합 간부로서 직급별 대표자이기 때문에 이 소송은 대표소송의 성격을 띠었다. 앞서 우리은행 노사는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 이 사건의 재판 결과에 따르기로 잠정 합의했다.

사건의 주된 쟁점은 “지급일 재직요건이 붙어 있는 상여금도 금액이 크고 정기적으로 줘서 기본급처럼 인식됐으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지”였다. 또 다른 쟁점은 “만약 포함될 수 있다면 그것이 ‘편면적 지급일 재직요건’인 경우에도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였다. 지급일 재직요건은 임금 지급 당일에 회사에 다니는 사람에게만 주는 것을 말한다. 편면적 지급일 재직요건은 당일 회사에 안 다니는 사람에게는 안 주지만 새로 입사한 사람에게는 일한 만큼 계산해 주는 것을 말한다.

박 판사는 “이 사건 성과급은 지급일에 재직해야 받을 수 있으므로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고 따라서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고정성이 요구되는 이유,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 내용에 비춰볼 때 지급일 재직요건이 있는 임금은 고정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급일 재직요건이 붙어 있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포상이 아닌 근로의 대가라면 지급일 직전에 퇴사했어도 일한 기간만큼을 계산해 줬을 것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 요건이 있어도 “금액이 크고 정기적으로 줬기 때문에 거의 기본급처럼 인식되고 있었다”며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한 하급심 판례가 있어 논쟁이 돼 왔다. 편면적 요건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라면 미재직자에게 주지 않는 건 통상임금 제외 사유가 되지만 신규 입사자에게 일한 만큼 계산해 주는 건 포함 사유가 되기 때문에 논란이 있다.

앞서 국민은행도 근로자가 낸 유사 소송에서 이겼다. 우리은행 소송 판결은 국내 대형은행 통상임금 소송 가운데 두 번째다. 두 건 모두 사측이 승소함에 따라 임금 추가 지급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대부분 국내 제1금융권이 이와 비슷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

사건을 대리한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근로자가 이겼다면 우리은행은 전 직원에게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미지급 수당 지급 의무를 부담해 수천억원 상당의 우발채무가 발생할 수 있었는데 이를 막았다”며 “앞으로 판결이 날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