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15일 내년 4·13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담판을 벌였지만 최종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여야 합의 불발로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 개최는 무산됐고 이미 두 차례 연장했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도 이날을 마지막으로 끝나게 됐다.

정 의장과 양당 대표·원내대표·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석한 이날 회동은 오전 11시2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여섯 시간 넘게 이어졌다. 양당은 지역구 수를 현행 246석에서 253석으로 늘리고 비례대표 수를 54석에서 47석으로 줄이는 방향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다.

하지만 비례성 강화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요구를 새누리당이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가 결렬됐다. 또 새정치연합은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자고 제안했고,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노동개혁 5법 등을 처리해야 한다고 역제안해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정 의장이 선거구 획정안을 직권상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양당 지도부와 만나 “특단의 조치를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단의 조치가 직권상정을 말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안 하면 선거가 안 될 수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국회법 제85조1항에 따르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으로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의 합의 등이 있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여야 협상이 무산되는 것을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하고 직권상정하겠다는 게 정 의장의 판단이다.

직권상정을 위해 지정하는 심사기일 시점에 대해 “법적으로 입법 비상사태라고 인정할 수 있는 시점이다. 그러니까 연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권상정 안건에 대해선 “여야가 주장하는 안과 이병석 위원장 중재안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의장은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협상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연말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의 선거구가 없어지는 등 국가적인 대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