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밑 '지하실'까지 확인한 원자재…"ETF로 분할매수 나설 때"
올해 하반기 원자재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형편없다.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원자재 가격에 연동하는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손실률은 적게는 10%, 많게는 20~30%에 달한다. 특히 원유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의 손실률도 10%가 넘는다.

시장에선 내년 초 이후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점진적인 상승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시점이 언제인지, 상승폭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었다

'바닥'밑 '지하실'까지 확인한 원자재…"ETF로 분할매수 나설 때"
지난 주말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35달러62센트에 거래됐다.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다. 단기 고점이었던 지난 10월2일(배럴당 49달러63센트) 이후로 계산하면 29.22%가 하락했다. 원유 연계 ETF도 맥을 추지 못했다. 대표적인 원유 ETF로 꼽히는 ‘TIGER 원유선물(H)’은 하반기 이후 31.12% 가격이 내려앉았다.

금 투자자들도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기준 국제 금시세는 온스당 1076.90달러다. 이달 초보다는 20달러가 올랐지만 금값이 1200달러에 육박했던 10월에 비하면 여전히 10% 이상 가격이 빠진 상태다. 산업용 비철금속을 대표하는 구리의 가격 그래프도 금과 모양새가 비슷하다. 10~11월 사이 10% 이상 가격이 폭락한 후 t당 4600달러 선에서 횡보 중이다.

'바닥'밑 '지하실'까지 확인한 원자재…"ETF로 분할매수 나설 때"
원자재 가격이 맥을 못 추는 배경은 12월 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가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 원자재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지는 환경이 조성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원자재를 팔아치웠다는 해석이다. 원유는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EC)가 “가격보다 점유율 방어가 우선”이라며 감산을 거부한 게 유가 단기 급락으로 이어졌다.

“길게 보면 주식·채권보다 나을 수도”

전문가들은 향후 2~3개월간은 원유 가격이 움직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심리적 요인으로 단기간 유가가 출렁일 수 있지만 대세 상승으로 가기엔 힘이 부족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등 시점에 대한 예측은 전문가마다 제각각이다.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이 언제쯤 가실지, 달러화 강세 국면이 언제쯤 진정될지 등 예측이 힘든 변수가 많다는 설명이다.

손재현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원유값과 관련, “미국 원유 재고량이 10월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50달러 선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재고 부담과 이란의 증산 전망 등 유가를 단기적으로 짓누르고 있는 악재들이 내년 1분기가 지나면서 조금씩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휴잇 크레디트스위스 글로벌 오일·가스 리서치 공동대표는 공급 과잉 구조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유가가 하락하면서 미국의 셰일오일 굴착설비가 급감하고 있다”며 “단기 저점을 논하긴 힘들지만 내년 말까지는 유가가 꾸준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전망한 내년 말 기준 유가(브렌트유)는 배럴당 64달러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생산 원가 밑으로 떨어진 상황임을 감안, ETF를 활용한 분할매수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유가가 40달러 이하인 구간에서 조금씩 원유 ETF를 사모으면 중장기적으로 주식이나 채권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병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원유는 하방 경직성이 강한 상품”이라며 “ETF를 활용한 분할 매수, 파생결합증권(DLS)을 통한 투자는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금 가격의 반등은 원유보다 더딜 것으로 점쳐졌다.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손 수석연구위원은 “귀금속 중에서는 금보다 자동차 촉매장치 등에 사용되는 팔라듐 가격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