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짜리 '선순위 가등기' 주택, 반값에 낙찰받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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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진 변호사의 실전! 경매 (12)
개집 등은 법정지상권과 무관
10년 지난 가등기는 껍데기 불과
말소 소송내 5개월만에 승소
개집 등은 법정지상권과 무관
10년 지난 가등기는 껍데기 불과
말소 소송내 5개월만에 승소
몇 년 전 필자가 직접 낙찰받아 해결한 물건을 소개한다. 충남 아산시 용화동에서 대지면적 346.5㎡의 단독주택이 경매로 나왔다.
사진상으로 보이는 건물은 허름하기 짝이 없었지만, 지적도를 떼어 보니 땅모양이 반듯하고 소로에 접한 2면 각지의 땅이었다. 주변에는 용화동 택지개발지구 개발이 진행 중이었고 인근에 대전지방법원과 초·중·고교가 있어 임대 수요도 풍부해 보이는 지역이었다.
기존 건물을 헐어버리고 빌라를 지어도 수익성이 꽤 높아 보이는 물건이었다. 최초 감정가는 2억1000여만원. 세 번의 유찰을 거쳐 당시 최저가는 7400만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유심히 살펴보니 물건명세서에 ‘법정지상권 성립 여지가 불분명한 건축물과 가추, 차양, 견사 등 다양한 공작물이 소재하니 유의하라’는 문구가 있었다. 무엇보다 경매계에서 위험하기로 악명 높은 선순위 가등기가 등재돼 있었다.
선순위 가등기가 존재하는 물건은 낙찰자가 잔금을 납부해 소유권을 취득해도 추후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경료하면 이렇다 할 항변 한 번 못해보고 속절없이 소유권을 빼앗기게 된다. 혹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등기부 등본을 열어 보니 가등기가 설정된 일자가 꽤 오래전이다. 가등기는 급히 매매계약을 체결했거나 혹은 급하게 자신의 권리를 보전할 필요가 있을 때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등기 설정일로부터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가등기인 채로 남아 있다니 뭔가 미심쩍은 냄새가 나는 단서였다.
추후 가등기 실체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해보기로 하고 법정지상권 관련 문구에 주목했다. 경매 대상물 내에 땅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는 건축물, 공작물이 있으면 낙찰을 받고도 소유권 행사에 제한이 있어 일반인들은 응찰을 꺼리게 된다. 조사해 보니 가추, 차양, 견사로 이름 지어진 것들은 법정지상권과 무관한 공작물들이었다.
진짜 문제는 해당 지번에 등기부등본이 두 개나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뭔가 착오가 있겠지 싶었으나 건축물 대장을 떼어 보니 건축물 대장도 역시 두 개였다. 하나의 지번에 건물이 두 개가 올라와 있는데, 이번에 경매 목적물로 나온 것은 그중 하나의 건물이었던 것이다. 나머지 하나의 건물에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면 30년 동안 지료나 받으면서 그 건축물의 존재를 용인해야하는 부담스러운 물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과감히 응찰해 1억여원에 단독으로 낙찰받았다. 잔금 납부 후 곧바로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 말소소송을 제기했다. 심도 있게 조사한 바대로 10년 이상이 경과한 가등기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채 5개월이 지나지 않아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상대의 항소가 없어 곧바로 판결은 확정됐고 가등기는 말소됐다.
가등기 판결이 나자 곧바로 은행권에 대출을 신청해 투자금의 1.5배인 약 1억5000만원을 회수했다. 당시는 용이택지개발지구가 개발 중이었던 터라 머지않은 장래에 아파트가 입주하면 필자가 낙찰받은 땅도 그 가치가 급상승하리라고 생각했다. 이미 투자금의 1.5배를 회수했으니 길게 보고 가도 아쉬울 건 없지 않은가. 경매 대상 외의 건축물 소유자에게는 건물 철거 소송 등을 통해 압박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쪽 건물을 관리해 달라는 요청을 하며 그 대가로 지료 없이 무상 사용을 허락해 주었다. 그 후 필자의 땅쪽으로 넓은 도로가 생겨 49.5㎡ 정도가 수용됐고 보상금으로 3500만원 정도를 챙길 수 있었다. 필자의 땅은 이제 쓸데없이 크기만 한 소로 접합 대지가 아니라 중로에 접한 297㎡짜리 가치 있는 땅으로 변모했다. 인근 용화동 택지개발지구는 어느덧 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들어 아파트가 속속 입주 중이다.
현재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택지개발지구 내의 땅은 3.3㎡당 700만~8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바로 인근의 땅을 3.3㎡당 100만원 내외로 낙찰받았으니 괜찮은 투자 아닌가.
우리 쪽 건물을 관리해주던 또 다른 주택의 소유자가 얼마 전 다른 곳으로 이주하며 그동안 고마웠다는 감사 인사와 함께 자신의 건물에 대한 철거 등 처분권한을 넘겨주었다. 곧바로 건물을 철거해 멸실 신고까지 마쳤으니 이제 이 물건은 그야말로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깔끔한 물건이 됐다. 선순위 가등기와 법정지상권도 꼼꼼한 조사와 정확한 판단이 전제된다면 그리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 변호사 >
사진상으로 보이는 건물은 허름하기 짝이 없었지만, 지적도를 떼어 보니 땅모양이 반듯하고 소로에 접한 2면 각지의 땅이었다. 주변에는 용화동 택지개발지구 개발이 진행 중이었고 인근에 대전지방법원과 초·중·고교가 있어 임대 수요도 풍부해 보이는 지역이었다.
기존 건물을 헐어버리고 빌라를 지어도 수익성이 꽤 높아 보이는 물건이었다. 최초 감정가는 2억1000여만원. 세 번의 유찰을 거쳐 당시 최저가는 7400만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유심히 살펴보니 물건명세서에 ‘법정지상권 성립 여지가 불분명한 건축물과 가추, 차양, 견사 등 다양한 공작물이 소재하니 유의하라’는 문구가 있었다. 무엇보다 경매계에서 위험하기로 악명 높은 선순위 가등기가 등재돼 있었다.
선순위 가등기가 존재하는 물건은 낙찰자가 잔금을 납부해 소유권을 취득해도 추후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경료하면 이렇다 할 항변 한 번 못해보고 속절없이 소유권을 빼앗기게 된다. 혹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등기부 등본을 열어 보니 가등기가 설정된 일자가 꽤 오래전이다. 가등기는 급히 매매계약을 체결했거나 혹은 급하게 자신의 권리를 보전할 필요가 있을 때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등기 설정일로부터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가등기인 채로 남아 있다니 뭔가 미심쩍은 냄새가 나는 단서였다.
추후 가등기 실체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해보기로 하고 법정지상권 관련 문구에 주목했다. 경매 대상물 내에 땅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는 건축물, 공작물이 있으면 낙찰을 받고도 소유권 행사에 제한이 있어 일반인들은 응찰을 꺼리게 된다. 조사해 보니 가추, 차양, 견사로 이름 지어진 것들은 법정지상권과 무관한 공작물들이었다.
진짜 문제는 해당 지번에 등기부등본이 두 개나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뭔가 착오가 있겠지 싶었으나 건축물 대장을 떼어 보니 건축물 대장도 역시 두 개였다. 하나의 지번에 건물이 두 개가 올라와 있는데, 이번에 경매 목적물로 나온 것은 그중 하나의 건물이었던 것이다. 나머지 하나의 건물에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면 30년 동안 지료나 받으면서 그 건축물의 존재를 용인해야하는 부담스러운 물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과감히 응찰해 1억여원에 단독으로 낙찰받았다. 잔금 납부 후 곧바로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 말소소송을 제기했다. 심도 있게 조사한 바대로 10년 이상이 경과한 가등기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채 5개월이 지나지 않아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상대의 항소가 없어 곧바로 판결은 확정됐고 가등기는 말소됐다.
가등기 판결이 나자 곧바로 은행권에 대출을 신청해 투자금의 1.5배인 약 1억5000만원을 회수했다. 당시는 용이택지개발지구가 개발 중이었던 터라 머지않은 장래에 아파트가 입주하면 필자가 낙찰받은 땅도 그 가치가 급상승하리라고 생각했다. 이미 투자금의 1.5배를 회수했으니 길게 보고 가도 아쉬울 건 없지 않은가. 경매 대상 외의 건축물 소유자에게는 건물 철거 소송 등을 통해 압박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쪽 건물을 관리해 달라는 요청을 하며 그 대가로 지료 없이 무상 사용을 허락해 주었다. 그 후 필자의 땅쪽으로 넓은 도로가 생겨 49.5㎡ 정도가 수용됐고 보상금으로 3500만원 정도를 챙길 수 있었다. 필자의 땅은 이제 쓸데없이 크기만 한 소로 접합 대지가 아니라 중로에 접한 297㎡짜리 가치 있는 땅으로 변모했다. 인근 용화동 택지개발지구는 어느덧 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들어 아파트가 속속 입주 중이다.
현재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택지개발지구 내의 땅은 3.3㎡당 700만~8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바로 인근의 땅을 3.3㎡당 100만원 내외로 낙찰받았으니 괜찮은 투자 아닌가.
우리 쪽 건물을 관리해주던 또 다른 주택의 소유자가 얼마 전 다른 곳으로 이주하며 그동안 고마웠다는 감사 인사와 함께 자신의 건물에 대한 철거 등 처분권한을 넘겨주었다. 곧바로 건물을 철거해 멸실 신고까지 마쳤으니 이제 이 물건은 그야말로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깔끔한 물건이 됐다. 선순위 가등기와 법정지상권도 꼼꼼한 조사와 정확한 판단이 전제된다면 그리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