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뜨거운 감자'된 CJ헬로비전 인수
요즘 통신·방송업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무부처의 인수합병(M&A) 승인 심사를 앞두고 여론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KT LG유플러스 티브로드 등 경쟁사는 물론 학계,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동통신 1위(SK텔레콤)가 케이블TV 1위(CJ헬로비전)를 인수하는 만큼 방송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SK 측은 정체된 통신·방송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합병 등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서비스 혁신이 가능해지고 소비자 편익도 높아진다는 논리다. 반(反)SK 진영은 이동통신시장 1위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민 깊어지는 정부

방송과 통신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주파수 등 자원이 제한적인 데다 일단 시장이 실패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해서다. 시장 쏠림이나 소유 규제를 엄격히 하는 이유다. 케이블TV나 인터넷TV(IPTV) 등 특정 유료방송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유료방송 점유율(가입자 기준)이 11.5%에서 26% 정도로 높아진다. KT의 유료방송 점유율(29.2%)과 비슷해진다. 이번 인수가 당장 이동통신시장의 판을 흔든다고 보기도 어렵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85만명)는 KT의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도 여전히 KT 가입자다.

문제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옮겨가느냐 여부다. 반 SK 진영은 이동통신시장의 50%를 차지하는 SK텔레콤이 방송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동통신에 방송을 끼워팔아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사전 검증이 쉽지 않다. 정부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위기다. 시장은 매년 3~4%씩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은 나빠지는 추세다. 경쟁이 격해지면서 30%를 웃돌던 케이블TV의 영업이익률은 10%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대가 인상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 경쟁력 키울 기회

유료방송시장의 업황이 어려워질수록 이해관계자들은 몸집을 불린 경쟁사의 출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산업 발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유료방송시장은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의 위협을 받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 넥플릭스까지 국내에 진출한다. 무한경쟁 시대를 염두에 둔 당국의 유료방송 규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유료방송 내 칸막이 정책의 타당성도 따져볼 때가 됐다.

정부는 CJ헬로비전 인수로 전국을 권역별로 나눈 케이블TV와 전국 단위로 사업을 허용한 IPTV 사업권을 모두 갖게 되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어떻게 심사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명확한 잣대가 있어야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권리 보호와 편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번 M&A 심사 과정을 유료방송산업의 발전 방향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영태 IT과학부 차장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