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렝 군 "제대로 걷게 된다니…기적이 일어났다"
두 다리가 휘어져 걷기가 힘들었던 남수단의 한 소년이 한국군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천일오토모빌의 도움으로 서울에서 치료받게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남수단 종글레이주(州) 만델라초등학교 2학년생인 렝 가랑 렝 군(11·사진 아래)이 다리 교정수술을 받기 위해 15일 입국했다”며 “렝군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 각종 검진을 받고 있으며 17일 수술을 받는다”고 밝혔다.

종글레이주 정부는 지난 10월12일 현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가 있다며 현지에 파병된 한빛부대에 지원을 요청했다. 부대 의료진은 양쪽 다리가 심하게 휘어진 렝군을 치료하기 위해 국내 주요 대형병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 중 강남세브란스병원이 렝군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회공헌 차원에서 교정수술과 재활치료를 무료로 해주기로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천일오토모빌이 치료와 숙박, 보험가입비 등으로 각각 4000여만원, 2000여만원을 부담했다. 천일오토모빌은 어려운 환자를 돕기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빛부대는 민·군 예산으로 항공료와 의류비, 식비 등을 지원했다. 렝군과 함께 한국에 보호자로 입국한 사촌형 아위엔 뎅 렝 씨(20)는 “우리 가족에게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사촌 동생이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다”며 “한국은 남수단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나라”라고 덧붙였다. 렝군은 내년 1월 말까지 한국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귀국할 예정이다. 남수단으로 돌아간 뒤 한빛부대와 현지 병원에서 마무리 재활 치료를 받는다.

렝군의 아버지는 2009년 수단 내전 중 사망했고 어머니는 두 동생을 돌봐야 했기 때문에 사촌 형이 병 간호와 통역을 맡았다.

렝군의 치료를 맡은 박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렝군은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2~3년 뒤에는 보행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며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