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해외법인 실적 '나홀로 질주'
KDB대우증권의 9개 해외 법인이 올해 두드러진 실적 향상을 일궈냈다. 다른 국내 증권사들이 대부분 해외 실적 악화로 시름에 잠긴 것과 대조적이다. 중장기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한 해외 법인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우증권 해외 법인들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8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대 규모의 실적이다. 대우증권의 해외 법인들은 각 지역에서 고르게 실적이 좋아졌다. 올 들어 홍콩법인은 36억원, 싱가포르법인은 1억원, 영국 런던법인은 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각각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홍콩법인은 현지 중국 은행의 고수익 예금상품을, 런던법인 등은 글로벌 은행들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판매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른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법인 실적은 뒷걸음치는 추세다. NH투자증권의 해외 법인들은 지난해 4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 들어 3분기까지 9억원으로 손실폭을 키웠다. 현대증권 해외 법인들은 지난해 순이익 5억원에서 올해 3분기까지 순손실 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11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삼성증권 해외 법인들은 올 들어 9월까지 순이익이 4억원에 그쳤다.

대우증권은 중장기 비전을 갖고 해외 법인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실을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이 해외 법인을 줄이는 동안 오히려 늘렸다. 2010년 3개던 해외 법인이 올해 9개(사무소 제외)로 증가했다.

대우증권은 국내 본사와의 긴밀한 협업이 해외 법인 실적 향상의 주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홍욱 대우증권 해외사업본부장은 “모든 해외 법인은 정기적으로 국내 본사 영업직원들과 함께 시장의 흐름 및 국내 투자자가 원하는 해외 상품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며 “협업을 통해 해외 법인이 상품을 판매하거나 계약을 따내면 국내 본사 영업직원의 실적으로도 함께 잡힌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