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박승환 '사실을 넘어서 #02'
식탁 위에 유리병들이 놓여 있다. 뒤편에선 비스듬히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나른한 오후, 아주 오래된 집 안 한쪽의 풍경 같다. 예술가들은 왜 이런 정물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까. 평범한 물건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완전히 다르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가 박승환은 정물 사진으로 요즘 보기 드문 ‘아날로그’의 감성을 되살렸다. 낡은 벽과 부드러운 빛 그리고 익숙한 물체들이 우리의 시선을 먼 옛날로 이끌어 들인다. 그러면서도 몽환적이다. 빛을 통과시키는 유리병은 밝게 보이지만 그러지 않는 화초와 바나나는 그림자로만 보인다. 한자리에 있으면서도 명암을 이루고 있어 비현실 세계의 한 장면처럼 아련하다. (충정각갤러리 1월8일까지)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