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역에서 행해진 토지 등 재산권에 대한 무상 몰수는 원소유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원상 회복이나 최소한 그만큼 보상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통일 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이 설립한 ‘통일시대 헌법과 헌법재판 연구소’ 주최로 17일 서울 중구 헌법재판연구원에서 ‘통일 헌법과 그 보호 제도’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나온 내용이다.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에 따르면 남북 통일이 이뤄졌을 때 가장 중요한 현안은 북한 지역의 국유재산을 어떻게 사유화할 것인지의 문제다. 그는 “북한 정부가 몰수한 재산의 반환과 보상을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고 위헌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엄격한 위헌 판단보다는 통일 필요성에 의한 합목적적인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대학의 이효원 교수는 ‘통일 헌법의 기본 방향’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남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통일하더라도 평화 통일에 기초를 둔 통일 헌법 제정이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에 통일 헌법을 미리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헌법 체제를 개혁할 때까지는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기보다는 남한의 헌법을 우선 개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