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많은 50대 인턴…커피 볶는 우리는 한국의 로버트 드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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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으로 제2인생 사는 전 대기업 임원·중소기업 대표
커피회사 '왈츠와닥터만', 직원 20명 중 15명이 50대 이상
중소기업 대표 지낸 57세 강수권 씨, 대기업 이사 지낸 56세 김태준 씨
3개월 전부터 인턴으로 근무…"잘나갔던 과거 잊는 게 중요"
최고령 74세 조효식 씨, 신라호텔 퇴직후 15년째 근무
커피회사 '왈츠와닥터만', 직원 20명 중 15명이 50대 이상
중소기업 대표 지낸 57세 강수권 씨, 대기업 이사 지낸 56세 김태준 씨
3개월 전부터 인턴으로 근무…"잘나갔던 과거 잊는 게 중요"
최고령 74세 조효식 씨, 신라호텔 퇴직후 15년째 근무
성공한 30대 최고경영자(CEO)를 보필하는 70세 ‘인턴 할아버지’. 성공만 보고 달려온 젊은 CEO는 행동은 다소 굼뜨지만 다방면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유연하게 문제를 풀어가는 할아버지 인턴을 보며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난 9월 개봉해 360만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인턴’의 줄거리다. 70세 인턴 역은 로버트 드니로가 열연했다. 당시 세간에는 “미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거나 “한국의 열악한 인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영화 속 얘기”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기자가 최근 방문한 한 커피회사는 영화 ‘인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커피회사 왈츠와닥터만 얘기다. 북한강을 끼고 있는 레스토랑과 커피박물관, 커피 생산과 유통법인을 운영하는 이 회사의 직원 수는 총 20명이다. 이 가운데 50대 이상 직원이 15명이다. 최고령 근로자는 총지배인을 맡고 있는 조효식 씨(74)다. 그는 주한미군 장교클럽과 노르웨이 호화유람선의 바캡틴을 거쳐 신라호텔에서 일하다 1998년 정년퇴직한 뒤 이 회사에 합류했다.
15명의 장년 근로자 중 다섯 명은 인턴이다. 네 명은 올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관한 ‘중장년 채용 한마당’에서, 한 명은 10월 ‘리스타트 잡페어’에서 채용됐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허희정 부사장은 “중후한 남성 집사가 많은 독일의 성(城) 분위기를 내보자는 것이 우리 회사의 생각이지만 장년 근로자를 뽑는 이유는 따로 있다”며 “젊은 친구들을 뽑으면 1~2년에 걸쳐 바리스타 교육을 시키는 등 회사로선 많은 투자를 하는데 대부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신입사원 연봉은 업무에 따라 1800만~2400만원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인턴 근로자들의 이력이다. 3개월째 인턴으로 근무 중인 강수권 씨(57)는 2011년 피복강관 중견기업인 에스이피앤씨에서 관리이사로 퇴직한 뒤 4년여간 중소기업을 창업해 운영했다. 자금난으로 회사가 문을 닫기는 했지만 자신이 조그만 커피회사에서 커피를 볶고 있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강씨는 현재 생산팀에서 일회용 추출커피 제품인 ‘드립백’을 만들고 있다.
강씨는 “회사가 문을 닫고 한 달 동안 이력서를 300여통 썼는데 오라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며 “정부에서 운영하는 고용센터에 가서 용접교육도 받고 하면서 생각을 고쳐먹게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오너까지 했던 사람이 취업을 위해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9월부터 커피박물관 운영을 맡고 있는 김태준 씨(56)는 지난해 6월 신도리코 계열사인 신도투자 이사로 퇴직했다. 김씨가 이 회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퇴직 후 운동삼아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탔던 게 계기가 됐다. 집(구리)에서 가까운 북한강변을 오가며 봐왔던 곳인 데다 ‘저런 곳에서 일하며 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도 강씨와 마찬가지로 ‘과거’를 내려놓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전문·특수직종이 아니면 예전과 비슷한 직장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금은 손톱에 때가 끼고 몸은 다소 힘들어도 삶의 활력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왈츠와닥터만에는 장년 인턴 근로자 다섯 명 외에 서울에 있는 외국기업 상무 출신인 시간선택제 근로자도 부지배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남양주=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지난 9월 개봉해 360만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인턴’의 줄거리다. 70세 인턴 역은 로버트 드니로가 열연했다. 당시 세간에는 “미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거나 “한국의 열악한 인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영화 속 얘기”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기자가 최근 방문한 한 커피회사는 영화 ‘인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커피회사 왈츠와닥터만 얘기다. 북한강을 끼고 있는 레스토랑과 커피박물관, 커피 생산과 유통법인을 운영하는 이 회사의 직원 수는 총 20명이다. 이 가운데 50대 이상 직원이 15명이다. 최고령 근로자는 총지배인을 맡고 있는 조효식 씨(74)다. 그는 주한미군 장교클럽과 노르웨이 호화유람선의 바캡틴을 거쳐 신라호텔에서 일하다 1998년 정년퇴직한 뒤 이 회사에 합류했다.
15명의 장년 근로자 중 다섯 명은 인턴이다. 네 명은 올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관한 ‘중장년 채용 한마당’에서, 한 명은 10월 ‘리스타트 잡페어’에서 채용됐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허희정 부사장은 “중후한 남성 집사가 많은 독일의 성(城) 분위기를 내보자는 것이 우리 회사의 생각이지만 장년 근로자를 뽑는 이유는 따로 있다”며 “젊은 친구들을 뽑으면 1~2년에 걸쳐 바리스타 교육을 시키는 등 회사로선 많은 투자를 하는데 대부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신입사원 연봉은 업무에 따라 1800만~2400만원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인턴 근로자들의 이력이다. 3개월째 인턴으로 근무 중인 강수권 씨(57)는 2011년 피복강관 중견기업인 에스이피앤씨에서 관리이사로 퇴직한 뒤 4년여간 중소기업을 창업해 운영했다. 자금난으로 회사가 문을 닫기는 했지만 자신이 조그만 커피회사에서 커피를 볶고 있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강씨는 현재 생산팀에서 일회용 추출커피 제품인 ‘드립백’을 만들고 있다.
강씨는 “회사가 문을 닫고 한 달 동안 이력서를 300여통 썼는데 오라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며 “정부에서 운영하는 고용센터에 가서 용접교육도 받고 하면서 생각을 고쳐먹게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오너까지 했던 사람이 취업을 위해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9월부터 커피박물관 운영을 맡고 있는 김태준 씨(56)는 지난해 6월 신도리코 계열사인 신도투자 이사로 퇴직했다. 김씨가 이 회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퇴직 후 운동삼아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탔던 게 계기가 됐다. 집(구리)에서 가까운 북한강변을 오가며 봐왔던 곳인 데다 ‘저런 곳에서 일하며 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도 강씨와 마찬가지로 ‘과거’를 내려놓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전문·특수직종이 아니면 예전과 비슷한 직장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금은 손톱에 때가 끼고 몸은 다소 힘들어도 삶의 활력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왈츠와닥터만에는 장년 인턴 근로자 다섯 명 외에 서울에 있는 외국기업 상무 출신인 시간선택제 근로자도 부지배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남양주=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