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어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9년6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자 7년 만의 제로금리 탈출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으며 물가도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거듭 강조했다.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해소가 분명해졌다는 점은 FOMC 위원들이 전원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는 사실에서도 읽힌다. 2018년에는 금리가 연 3.25%까지 오를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Fed의 금리인상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비(非)전통이라는 말로 치장된 초(超)재량적 통화정책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했다. 미 의회조차 Fed가 더 이상 재량 정책이 아니라 공식에 근거해 금리를 결정하게 하자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정작 금리 인상이 발표되자 세계 주식시장이 급등하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그만큼 세계경제 패러다임에 미치는 영향이 메가톤급이라는 증거다. Fed는 부인하고 있지만 양적 완화 시대가 종막을 알렸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이제 그동안 전 세계에 뿌려졌던 달러화가 미국으로 회귀하면서 세계 경제가 한 차례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강한 달러’ 시대의 재등장이다. 자본유출이 빨라지는 신흥국에서는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위기는 경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 시장에서 펀드런(대규모 자금이탈) 사태가 발생할 조짐도 보인다. 이는 무시 못 할 요소다.

최근 미국 의회는 원유 수출 금지법을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이 원유 수출국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면서 전 세계에 흘러나가던 달러 공급이 서서히 경색될 가능성도 크다. 기축통화국은 항상 무역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른바 ‘트리핀의 딜레마’가 아니라 ‘역(逆)트리핀 딜레마’ 시대가 올지 모른다. 이 경우라면 달러 유동성이 심각한 제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고 세계적으로 달러 부족에 시달릴 수도 있다. 세계가 미국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