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생각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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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규 < 특허청장 dgchoi15@korea.kr >
![[한경에세이] 생각하는 힘](https://img.hankyung.com/photo/201512/AA.11012934.1.jpg)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먼저 생각하고, 부족한 것을 채워 가는 유연한 사고의 순서를 상실해 가지 않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칵테일 효과’가 뭐지”라고 물으면, 질문을 받은 사람은 현란한 손놀림으로 스마트폰을 터치한 뒤 “예, 그건 선택적 지각(知覺)입니다”라고 2~3초 만에 대답한다. 그런데 “그럼 선택적 지각은 무엇이고, 지각이 왜 선택적이지”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머뭇거린다. 선택적 지각은 검색되지만, 왜 그런지는 안 나와 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검색해서 나오지 않는 답은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객관식 보기에 답이 없는 것은 틀린 문제”라고 배운 세대들은 스마트폰이 만능이 아님을 깨닫는 게 아니라, 검색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해대는 필자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쓸데없는 질문이니 당신 혼자 연구하지 왜 묻느냐”는 표정으로.
바둑의 예를 들어보자. 스마트폰에는 웬만한 바둑 묘수풀이의 답이 다 있다. 검색의 달인에게 묘수풀이를 물으면 귀신같이 답을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이 달인이 실제로 바둑을 둔다면 결과가 어떨까. 아마도 실전 중급 실력자에게조차 불계패(不計敗)할 것이다. 실전에선 묘수풀이대로 전개되는 법이 없다. 설령 그대로 전개되더라도 상대가 한 수만 달리 두면 그 변형에 대한 답을 다시 찾아야 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기에.
최동규 < 특허청장 dgchoi15@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