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겨울 맛 여행4
이번 주엔 서해안으로 떠나볼까. 서울과 가까워 나들이 겸 별미 여행지로 인기 있는 경기 화성 궁평항으로 먼저 간다. 궁평항은 전곡항과 더불어 화성을 대표하는 항구다. 수산물직판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구경하고 현장에서 맛도 볼 수 있다. 겨울철마다 굴, 대하, 조개구이 등이 풍성해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이곳 토박이들은 간재미를 먼저 택한다고 한다. 간재미는 상어가오리나 노랑가오리를 일컫는 말. 겨울에 살이 두툼하고 뼈가 부드러워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특별히 좋다. 오래 두면 발효하는 홍어와 달리 간재미는 상온에 둬도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은 무침 등 생으로 먹는다. 껍질을 벗기고 길쭉하게 잘라 오이, 미나리 등을 넣고 고춧가루, 들기름으로 버무리는데 간재미 살을 식초에 주물러 새콤한 식감을 즐기기도 한다. 달고 시고 매운맛에 아삭한 채소와 쫄깃한 살맛이 어우러지면 입안에도 싱그러운 바다내음이 가득 퍼진다.

충남 보령의 겨울 별미도 놓치기 아깝다. 천북 굴단지의 굴구이와 굴찜, 대천항의 물잠뱅이탕이 유명하다. 오천항에서 간재미맛까지 볼 수 있다. 천북 굴은 통영 굴보다 알이 좀 작은 편이지만 맛은 뒤지지 않는다. 12월부터 2월까지 이곳을 찾는 사람이 20여만명이나 된다니 세 가지 맛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리라. 굴단지 옆에 음식점이 100여곳 있다.

대천항에 넘쳐나는 물잠뱅이도 장관이다. 물메기나 꼼치로도 불리는 물잠뱅이는 11~3월이 제철인 어종. 산란기인 이때가 가장 맛이 좋다. 신 김치를 넣고 끓여 먹는 물잠뱅이탕은 주당들의 해장으로도 으뜸이다. 네 명이 실컷 먹고 5만원이면 충분하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까지 갖췄다. 마침 인근 무창포해수욕장에서는 오는 21~26일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성탄 연휴 전후로 바닷길을 체험하면서 노을을 배경 삼아 ‘미식삼매’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내친김에 남한강이 흐르는 충주까지 가도 괜찮다. 충주댐을 중심으로 민물고기 매운탕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이 지역의 대표 메뉴는 참매자조림과 새뱅이탕이다. 참매자조림은 목계나루 인근에서 즐길 수 있다. 참매자는 잉어과 민물고기인 참마자의 충주 지역 토속어다. 무와 감자, 시래기를 깔고 양념장을 넣어 조린 맛이 그만이다. 원기를 돋우고 숙취해소에 좋다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어서 더욱 구미가 당긴다. 새우의 일종인 징거미와 보리새우를 이용한 새뱅이탕의 시원한 국물맛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