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공무 중 차사고로 큰 부상…"시민들 지키려 2년 만에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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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영웅입니다
김병철 대덕경찰서 112상황실 경위
김병철 대덕경찰서 112상황실 경위
“일어서지 못하면 더 이상 경찰로 살 수 없다는 이야기에 죽기 살기로 재활훈련을 했습니다. 의사가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몸이 회복된 건 그 결과죠.”
김병철 대전 대덕경찰서 112상황실 경위(47·사진)는 2009년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해 9월 순찰차로 신고 현장에 달려가다 대천해수욕장 앞 사거리에서 트레일러에 받힌 것이다. 한 달 반가량 식물인간 상태로 지낸 끝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지만, 가족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 상태가 다시 한 달 반가량 찾아왔다. 김 경위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며 딸이 한참을 울었는데 나중에 기억을 찾고 나서 생각해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시련은 계속됐다. 의사는 김 경위에게 하반신 불구 진단을 내렸고 평생 휠체어를 타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절망적이었던 것은 3년 내에 일어나지 못하면 경찰에서 면직 처리된다는 사실이었다. 다시는 가족에게 경찰 제복을 입고 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김 경위는 마음이 급해졌다. 수백 번을 넘어져 가면서 재활훈련에 들어갔다. 3개월이 지나자 서서히 발에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일어선 김 경위를 보며 의사도 감탄했다.
그는 사고가 난 지 2년여 만인 2011년 8월에 보령경찰서 교통민원실로 복직했다. 하지만 그해 12월에는 퇴근길에 트럭과 부딪힐 뻔한 사고를 겪었다. 왼손 마비를 앓고 있던 터라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운전대를 제어하지 못한 것이다. “죽음의 고비를 겨우 넘겼는데 또 사고를 당할 수 있겠다”는 공포감이 들었다.
당시 충남지방경찰청장이었던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살려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1주일 뒤 현장 출동이 적은 충남지방경찰청 112상황실로 발령받았다.
김 경위는 지금도 사고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다. 걸을 수 있지만 뛸 수는 없고 때때로 찾아오는 마비로 업무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그래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경찰로 살고 싶다는 것이 김 경위의 소망이다. 그는 “몸이 온전했을 때처럼 현장에서 활약하는 멋진 경찰은 아니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김병철 대전 대덕경찰서 112상황실 경위(47·사진)는 2009년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해 9월 순찰차로 신고 현장에 달려가다 대천해수욕장 앞 사거리에서 트레일러에 받힌 것이다. 한 달 반가량 식물인간 상태로 지낸 끝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지만, 가족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 상태가 다시 한 달 반가량 찾아왔다. 김 경위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며 딸이 한참을 울었는데 나중에 기억을 찾고 나서 생각해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시련은 계속됐다. 의사는 김 경위에게 하반신 불구 진단을 내렸고 평생 휠체어를 타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절망적이었던 것은 3년 내에 일어나지 못하면 경찰에서 면직 처리된다는 사실이었다. 다시는 가족에게 경찰 제복을 입고 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김 경위는 마음이 급해졌다. 수백 번을 넘어져 가면서 재활훈련에 들어갔다. 3개월이 지나자 서서히 발에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일어선 김 경위를 보며 의사도 감탄했다.
그는 사고가 난 지 2년여 만인 2011년 8월에 보령경찰서 교통민원실로 복직했다. 하지만 그해 12월에는 퇴근길에 트럭과 부딪힐 뻔한 사고를 겪었다. 왼손 마비를 앓고 있던 터라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운전대를 제어하지 못한 것이다. “죽음의 고비를 겨우 넘겼는데 또 사고를 당할 수 있겠다”는 공포감이 들었다.
당시 충남지방경찰청장이었던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살려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1주일 뒤 현장 출동이 적은 충남지방경찰청 112상황실로 발령받았다.
김 경위는 지금도 사고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다. 걸을 수 있지만 뛸 수는 없고 때때로 찾아오는 마비로 업무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그래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경찰로 살고 싶다는 것이 김 경위의 소망이다. 그는 “몸이 온전했을 때처럼 현장에서 활약하는 멋진 경찰은 아니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