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문 연 서소문 설렁탕집 '잼배옥', 진한 국물에 한잔 생각…신문사 '꾼'들 침 넘어간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박찬일 셰프의 백년식당 이야기

신문사 근처에는 맛집이 흔하다. 기자들이 원래 문사(文士)였고, 그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하려면 어지간한 솜씨로는 살아남기 어려웠으리라. 신문사가 둥지를 틀고 있는 서울시 중구 서소문 지역에도 유명한 맛집이 꽤 있다. 그중 하나가 시청역 9번 출구 근처 KEB하나은행 뒤편에 자리 잡은 ‘잼배옥’이다. 이 특이한 이름의 노포는 오랜 세월 동안 설렁탕을 끓였다. 1933년에 창업했으니 머잖아 100년을 맞이한다.
서민의 삶과 함께한 설렁탕

설렁탕은 장국밥, 해장국과 함께 전형적인 서울 음식이다. 장국밥이 고급스러운 음식이라면 설렁탕은 전형적인 서민 음식이다. 언론인 고 홍승면 선생의 저서 《백미백상》을 보면 잼배옥에 대한 기술이 있다.

설렁탕은 조선시대 후기에 이미 중요한 매식(買食), 즉 사서 먹는 음식이 됐다. 혜화동 언저리에 반촌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이곳은 국가에서 허락한 소 도살 지역이었다. 남은 부산물로 설렁탕을 끓였을 것이고, 이것이 돈 주고 사먹는 설렁탕의 시초였을 가능성이 크다. 숙종 이후, 영·정조 시대에 상업과 장시가 크게 번성하기 시작하는데 설렁탕은 이런 역사적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
따뜻하게 속을 데우는 진한 국물
그런데 잼배옥이란 이름이 궁금하다. 대체 ‘잼배’라는 말의 뜻은 무얼까. 잼배옥의 2대 주인 김현민 씨(76)의 증언을 들어봤다.

서울의 잡가 중 서울의 유명한 지명과 바위가 등장하는 ‘바위타령’을 들어보면 “‘배고파서 지은 밥이 쥐도 많고 돌도 많다. 그 밥에 어떤 돌이 들었더냐. (중략) 남문의 잠바위…(후략)”라는 대목이 나온다. 바위는 과거에 중요한 상징물이었기 때문에 바위를 중심으로 붙은 지명이 많았다. 잼배옥이 바위 이름에서 유래한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잼배옥은 옛날 방식으로 탕을 끓인다. 낮술 많이 마시는 신문사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낮에도 수육에 한잔 기울이는 꾼들이 앉아 있다. 이 집 탕은 가마솥 불을 끄지 않는다. 24시간 내내 가동한다. ‘씨 육수’를 그대로 보존해서 새로운 탕에 섞어서 계속 끓인다. 설렁탕의 진한 국물 맛이 여기서 나온다.

글=박찬일 셰프 chanilpark@naver.com
사진= 노중훈 여행작가 superwiner@hanmail.ne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