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빡빡한 삶에 지친 도시인에게 감각적인 몸짓으로 위로와 위안을 건네는 현대무용 공연 두 편이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잇달아 오른다. 22~23일 열리는 ‘IM SO TIRED’(너무 피곤해)와 오는 26~27일 공연하는 ‘한숨쉬지마’다. 2013년과 지난해 공연예술창작산실에서 선보인 시험 공연을 새롭게 다듬었다.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2~23일 공연이 열리는 'IM SO TIRED'
현대무용가 예효승이 춤을 짠 ‘너무 피곤해’는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20~40대 무용수 8명이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각 세대의 모습을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록그룹 ‘3호선 버터플라이’가 무대에서 함께 연주한다. 가사 구절의 끝음절과 첫음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끝말잇기’를 연주해 반복되는 일상을 표현한다.
공연은 각자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며 삶을 꾸려가는 현대인의 내면심리를 표현한다. 지하철 통학길, 끝날 듯 끝이 보이지 않는 일, 지친 상태로 버티는 술자리 등에 대한 고백이 겹겹이 쌓여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무용수들은 살면서 느낀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몸짓으로 고백하고, 서로 공감하며 위로를 전한다.
출연하는 무용수 모두가 안무에 참가했다. 각자 피곤할 때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을 엮어 춤으로 꾸민 점이 독특하다. 무대에 줄지어 선 무용수들이 뻐근한 뒷목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발을 구르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기도 한다.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6~27일 공연이 열리는 '한숨쉬지마'
PDPC무용단의 ‘한숨쉬지마’는 사람들의 숨이 주제다. 공연제목은 ‘한숨 쉬지 마’로 띄어 써야 하지만 빡빡한 삶을 드러내기 위해 붙여 썼다. 현대인을 한숨 쉬게 하는 것들을 돌아보며 이 시대의 삶을 춤으로 풀어낸다.
안무가 안영준을 포함한 무용수 7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다채로운 무대를 꾸민다. 무용수 몸에 온갖 기호와 그림을 그려 넣어 독특한 분위기를 냈다. 음악가 시로스카이의 재즈 힙합을 배경으로 역동적인 기교가 무대를 채운다. 팔을 힘있게 꺾거나 높이 뛰어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등 강한 동작이 많다.
무용수들은 색다른 모양의 자전거, 안경, 지팡이 등을 소품으로 활용해 춤을 추며 각자의 한숨 이야기를 풀어낸다. 모두가 한 사람이 내는 한숨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여섯 명이 서로 붙잡은 손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장면은 현대사회 인간관계의 연결성을 보여준다.
공연은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해 관객이 마음껏 한숨 쉬기를 권유한다. 춤을 짠 안영준 씨는 “작품 제목은 역설적인 표현”이라며 “공연을 본 모두가 한숨을 편하게 내쉬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