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물시장 뚫은 대구 물기업들 뒤엔…"연구하라" 안방 내준 대구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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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환경공단, 하수처리시설 개방…수출 지원까지
지방공기업의 혁신적 발상…하수시설 '연구공간'으로 제공
공동 연구로 특허 21개 확보, 기업매출 확대…특허사용료 '덤'
中과 1호 합자계약 성사…이싱市·현지기업 등과 제휴
720억원 규모 합자회사 설립…대구시도 시장개척 적극 지원
지방공기업의 혁신적 발상…하수시설 '연구공간'으로 제공
공동 연구로 특허 21개 확보, 기업매출 확대…특허사용료 '덤'
中과 1호 합자계약 성사…이싱市·현지기업 등과 제휴
720억원 규모 합자회사 설립…대구시도 시장개척 적극 지원
지방공기업의 혁신적 발상과 발빠른 지방자치단체의 시장 개척 노력이 중국 물시장을 뚫었다.
대구광역시와 대구환경공단이 중국 장쑤성 이싱시와 손잡고 물 관련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합자회사를 세워 중국 물산업 시장에 진출한다. 한국 측의 대구환경공단과 하수처리 전문업체인 엔바이오컨서, 중국 측의 이싱 환경·과학기술부와 장쑤필립사 등은 4자 협약식을 하고 4억위안(약 720억원) 규모의 하수처리 전문기업을 설립하기로 했다. 양국 지방자치단체가 미래 유망사업에서 협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싱시는 중국의 ‘환경 수도’로 중국 환경설비의 80%를 생산하는 곳이다. 중국 물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합자 참여 기업인 엔바이오컨서는 180억원의 기술이전료를 따로 받았다. 대구시는 제2, 제3의 합자사 설립을 통해 추가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물시장 규모는 100조원대로 추정된다. 낙동강 페놀사건을 겪고, 염색산업과 관련한 폐수처리 경험을 쌓은 것이 대구 물산업이 발달한 배경이다.
대구환경공단은 2012년부터 하수처리사업소 등 7개 시설을 기업에 연구개발 공간으로 개방했다. 두산중공업, GS건설, (주)우진 등 20여개 기업과 하수처리 효율을 높이거나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과 함께 획득한 특허만 21개다. 윤용문 이사장은 “사업장을 개방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많았지만 공단이 발상만 바꾸면 많은 기업에 엄청난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해 전면 개방했다”고 말했다. 교반기(액체 고체 등을 섞는 기계)를 생산하는 우진은 여기에서 얻은 기술로 올해 7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중국에도 진출했다. 대구환경공단은 공동연구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기업 매출의 1~4%를 특허 사용료로 받아 새 수익원을 확보했다.
대구시와 대구환경공단은 수출지원기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중국은 최근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하수처리장마다 비상이 걸렸다. 하수처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 이싱 환경·과학기술부는 유럽 국가들을 노크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았다. 한국으로 눈을 돌렸지만 모두 양해각서(MOU)를 맺고 사진만 찍었지 후속 조치가 없었다. 40여곳을 찾아다니던 중국 측이 대구환경공단을 방문한 뒤 사정이 달라졌다. 대구환경공단도 그동안 기업과 함께 쌓아온 실력을 발휘할 기회로 판단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미래전략처를 신설하고 중국에 직원을 파견해 중국과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대구시와 함께 중국 진출 유망 기업을 찾아다니며 한·중 4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한·중 기업협의회를 출범해 개별 기업 간 협약도 지원했다. 1년여간 중국을 오간 게 수십 차례. 마침내 중국과의 1호 합자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동완 엔바이오컨서 대표는 “오랫동안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런 공무원과 공기업은 처음 본다”며 “지자체와 공기업이 기업 마인드를 가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중국을 포함한 세계 물시장 진출을 위해 3137억원을 투입하는 국가 프로젝트인 물클러스터를 이미 시작했다. 공기업의 혁신적 발상과 기업 마인드가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뚫은 밑거름이 됐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대구광역시와 대구환경공단이 중국 장쑤성 이싱시와 손잡고 물 관련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합자회사를 세워 중국 물산업 시장에 진출한다. 한국 측의 대구환경공단과 하수처리 전문업체인 엔바이오컨서, 중국 측의 이싱 환경·과학기술부와 장쑤필립사 등은 4자 협약식을 하고 4억위안(약 720억원) 규모의 하수처리 전문기업을 설립하기로 했다. 양국 지방자치단체가 미래 유망사업에서 협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싱시는 중국의 ‘환경 수도’로 중국 환경설비의 80%를 생산하는 곳이다. 중국 물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합자 참여 기업인 엔바이오컨서는 180억원의 기술이전료를 따로 받았다. 대구시는 제2, 제3의 합자사 설립을 통해 추가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물시장 규모는 100조원대로 추정된다. 낙동강 페놀사건을 겪고, 염색산업과 관련한 폐수처리 경험을 쌓은 것이 대구 물산업이 발달한 배경이다.
대구환경공단은 2012년부터 하수처리사업소 등 7개 시설을 기업에 연구개발 공간으로 개방했다. 두산중공업, GS건설, (주)우진 등 20여개 기업과 하수처리 효율을 높이거나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과 함께 획득한 특허만 21개다. 윤용문 이사장은 “사업장을 개방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많았지만 공단이 발상만 바꾸면 많은 기업에 엄청난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해 전면 개방했다”고 말했다. 교반기(액체 고체 등을 섞는 기계)를 생산하는 우진은 여기에서 얻은 기술로 올해 7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중국에도 진출했다. 대구환경공단은 공동연구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기업 매출의 1~4%를 특허 사용료로 받아 새 수익원을 확보했다.
대구시와 대구환경공단은 수출지원기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중국은 최근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하수처리장마다 비상이 걸렸다. 하수처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 이싱 환경·과학기술부는 유럽 국가들을 노크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았다. 한국으로 눈을 돌렸지만 모두 양해각서(MOU)를 맺고 사진만 찍었지 후속 조치가 없었다. 40여곳을 찾아다니던 중국 측이 대구환경공단을 방문한 뒤 사정이 달라졌다. 대구환경공단도 그동안 기업과 함께 쌓아온 실력을 발휘할 기회로 판단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미래전략처를 신설하고 중국에 직원을 파견해 중국과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대구시와 함께 중국 진출 유망 기업을 찾아다니며 한·중 4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한·중 기업협의회를 출범해 개별 기업 간 협약도 지원했다. 1년여간 중국을 오간 게 수십 차례. 마침내 중국과의 1호 합자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동완 엔바이오컨서 대표는 “오랫동안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런 공무원과 공기업은 처음 본다”며 “지자체와 공기업이 기업 마인드를 가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중국을 포함한 세계 물시장 진출을 위해 3137억원을 투입하는 국가 프로젝트인 물클러스터를 이미 시작했다. 공기업의 혁신적 발상과 기업 마인드가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뚫은 밑거름이 됐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