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고마워요 롯데"
올 들어 1조원대 누적 손실을 낸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중공업이 구원군 등장으로 실적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전날보다 6.23% 오른 1만5350원에 마감했다. 미국 건설업체 CB&I와 구성한 컨소시엄이 롯데케미칼 미국법인과 ‘루이지애나 MEG-1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 사업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를 원료로 연 70만t 규모의 에틸렌글리콜(폴리에스테르 섬유 등의 원료)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억3000만달러(약 5093억원) 규모의 설계 및 원자재 구매를 맡는다. 재계 일각에선 삼성SDI 케미컬 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한 ‘빅딜’ 이후 삼성과 롯데그룹 간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10월22일 올 3분기에 1조512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한 이후 급락한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최대 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긍정적인 소식이 이어지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백기사 KCC의 덕을 톡톡히 봤다. KCC는 지난 10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현대중공업 자사주 122만1270주를 주당 8만9800원, 총 1295억원에 매입했다. 올 9월 말까지 1조26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은 자사주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KCC는 지난해 11월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현대중공업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이번까지 총 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했다. KCC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7.01%로 3대 주주에 올랐다. 2000년대 초반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입해 큰 투자차익을 올린 KCC가 다시 한 번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