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잇단 사재출연…기부 문화 新바람 일으킨다
기업 총수들이 사재를 출연하는 개인 기부가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 제1호로 가입할 정도로 정성을 쏟은 청년희망펀드에 거액을 쾌척하면서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들고 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연말 불우이웃돕기 등 기업 명의의 기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희망펀드를 계기로 기업인 개인 차원의 기부가 크게 늘고 있다. 총수들이 앞장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계 총수들 사재 쾌척

삼성그룹이 지난 10월22일 이건희 회장의 사재 200억원을 내겠다고 발표하면서 청년희망펀드에 대한 기업 총수들의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이 와병 중이지만 평소 그의 뜻에 따라 포괄적 위임을 받아 놓은 개인 재산 200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히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청년희망펀드는 9월15일 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조성된 펀드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청년희망펀드 기금으로 설립된 청년희망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의 기부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0월26일 150억원의 사재 기부를 결정했다. 10월28일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7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10월2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재 70억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6억원을 각각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사재를 출연해 6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내기로 했다.

이외에도 이재현 CJ그룹 회장(20억원), 구자열 LS그룹 회장(20억원),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25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30억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20억원), 정상영 KCC 명예회장 일가(29억원) 등이 청년희망펀드 기부에 동참했다. 청년년희망펀드 모집에 기업 총수들이 앞장선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회장 등 임원진의 청년희망펀드 가입에 감사의 뜻을 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기부 문화 정착 기대

과거에도 기업인 개인 명의 기부는 있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2006년 말 설립한 남촌재단에 현재까지 GS건설 주식 총 46만9680주(약 360억원 규모)를 기부했다.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창업주는 2012년 서울대 중앙도서관 신축 목적으로 관정재단에 600억원을 출연했다.

올 들어서는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지난 8월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대림산업 주식 등 2000억원가량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지난 3월 한샘드뷰(DBEW)연구재단에 주식 등 사재 45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해 주목을 받았다. 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동대문 상권 활성화를 목표로 출범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에 사재 100억원을 냈다.

그러나 재단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 순수 기부인 청년희망펀드 참여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내년 초 청년창업 활동 지원 투자법인인 ‘롯데 액셀러레이터’(가칭)에 100억원의 사재를 붓는 것과 별개로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기업 명의 기부보다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가 기부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며 “한국도 기업과 임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총수들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