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데스크 시각] "정치와 사랑은 계산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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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정치권은 12월만 되면 유난히 바쁘고 시끄럽다.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안들은 미뤄뒀다가 뒤늦게 부산을 떤다. 1년 내내 딴짓을 하다가 연말만 되면 마치 방학 끝날 때 돼서야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하려는 학생과 같다.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거의 매일 여야가 주고받는 비슷한 언어 공방에 국민도 짜증이 날 것이다.
해가 거듭할수록 여야 간 대결은 더 가파르다. 2012년 19대 국회부터 적용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안은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야당은 이걸 무기 삼아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다. 족쇄가 채워진 여당은 말만 앞세울 뿐이다.
민주주의 원리 작동 멈춰
여야는 정기국회가 끝날 즈음에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처리를 위한 본격 협상에 나섰다. 선거구 획정, 교과서 국정화 논쟁에 각 당내 싸움이 겹치면서 주요 법안 심의는 관심 밖이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은 연내 발효를 위한 ‘초읽기’에 몰려서야 처리했다. 새해 예산안은 법정시한인 12월2일을 넘겨 다음날 새벽 국회를 통과했다.
정치학 교과서엔 ‘정당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라고 적혀 있다. 자신들의 주의 주장을 적극 내세우고 관철시키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행위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갈등을 푸는 과정과 방법에서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데 있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큰 무기를 갖고 있는 야당은 급할 게 없다. 여당은 다급하다. 유불리가 명확한 협상 국면에선 비정상이 횡행할 수밖에 없다. 다수결 원칙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원리는 작동을 멈췄다. 여야 간 토론과 협상 끝에 표결이 이뤄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중 기본이다. 지금 국회 상임위에서 쟁점 법안들에 대한 표결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쟁점법안들은 모두 지도부 결정으로 넘어가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원칙 없는 법안 주고받기, 전혀 무관한 다른 현안들을 ‘빅딜’ 대상에 끼워 넣는 게 일상화됐다. 그러는 사이 법안 내용은 당초 목적이 희석되고 뒤틀리고 형해화된다.
정치부장3년5개월 지나서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활성화법’에 대해 야당이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의 독소조항 제거 시 입법이 가능한지에 대해 검토해 달라고 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제출된 지 3년5개월이 지나서야 협상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도 제대로 된 전략과 전술이 없었다. 선진화법 때문에 법안 심의가 제대로 안 되는 현실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지만 청와대는 압박만 할 뿐 야당을 불러 제대로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틈만 나면 선진화법을 고치겠다고 했으나 말로 그칠 뿐 구체적인 행동은 없다.
지난 14일 타계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생전에 “사랑을 계산해서 결혼한 사람은 대부분 파경에 이른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런 발언을 하면 유리할 거야’라고 계산하면서 정치하는 사람은 크게 성공하지 못한다. 사랑도 정치도 꾀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야가 모두 새겨야 할 대목이다.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해가 거듭할수록 여야 간 대결은 더 가파르다. 2012년 19대 국회부터 적용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안은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야당은 이걸 무기 삼아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다. 족쇄가 채워진 여당은 말만 앞세울 뿐이다.
민주주의 원리 작동 멈춰
여야는 정기국회가 끝날 즈음에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처리를 위한 본격 협상에 나섰다. 선거구 획정, 교과서 국정화 논쟁에 각 당내 싸움이 겹치면서 주요 법안 심의는 관심 밖이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은 연내 발효를 위한 ‘초읽기’에 몰려서야 처리했다. 새해 예산안은 법정시한인 12월2일을 넘겨 다음날 새벽 국회를 통과했다.
정치학 교과서엔 ‘정당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라고 적혀 있다. 자신들의 주의 주장을 적극 내세우고 관철시키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행위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갈등을 푸는 과정과 방법에서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데 있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큰 무기를 갖고 있는 야당은 급할 게 없다. 여당은 다급하다. 유불리가 명확한 협상 국면에선 비정상이 횡행할 수밖에 없다. 다수결 원칙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원리는 작동을 멈췄다. 여야 간 토론과 협상 끝에 표결이 이뤄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중 기본이다. 지금 국회 상임위에서 쟁점 법안들에 대한 표결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쟁점법안들은 모두 지도부 결정으로 넘어가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원칙 없는 법안 주고받기, 전혀 무관한 다른 현안들을 ‘빅딜’ 대상에 끼워 넣는 게 일상화됐다. 그러는 사이 법안 내용은 당초 목적이 희석되고 뒤틀리고 형해화된다.
정치부장3년5개월 지나서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활성화법’에 대해 야당이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의 독소조항 제거 시 입법이 가능한지에 대해 검토해 달라고 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제출된 지 3년5개월이 지나서야 협상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도 제대로 된 전략과 전술이 없었다. 선진화법 때문에 법안 심의가 제대로 안 되는 현실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지만 청와대는 압박만 할 뿐 야당을 불러 제대로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틈만 나면 선진화법을 고치겠다고 했으나 말로 그칠 뿐 구체적인 행동은 없다.
지난 14일 타계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생전에 “사랑을 계산해서 결혼한 사람은 대부분 파경에 이른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런 발언을 하면 유리할 거야’라고 계산하면서 정치하는 사람은 크게 성공하지 못한다. 사랑도 정치도 꾀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야가 모두 새겨야 할 대목이다.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