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체 일룸의 논현점에서 직원이 손님에게 홈카페 ‘레마 시리즈’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가구업체 일룸의 논현점에서 직원이 손님에게 홈카페 ‘레마 시리즈’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최근 국내 가구업체들 사이에선 생활용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생활용품 판매를 늘리면 더 많은 고객이 매장을 찾는다. 가구를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생활용품은 자주 구매하기 때문이다. 한샘, 현대리바트 등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은 10%에 불과하던 생활용품 비중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2~3년 내 최대 40%까지 늘리려는 업체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오직 가구에만 집중하는 업체가 있다. 일룸이다. 이 업체의 생활용품 비중은 5% 선에 불과하다. 주변에선 이대론 살아남기 힘들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일룸의 집객(集客) 효과는 더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일룸의 매출은 전년 대비 56.5% 증가한 99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도 35%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당신의 상상을 가구로”

일룸, 나홀로 '가구 한우물'…올해 35% 고성장
일룸은 국내 4위 가구업체 퍼시스의 자회사다. 1998년 학생용 가구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부턴 가정용 가구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 업체의 목표는 사람들이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공간을 그대로 실현해주는 가구를 제작하는 것이다. ‘당신의 생각을 생각한다’가 슬로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강성문 일룸 상무는 “고객들의 숨은 수요를 파악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범주의 가구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선보인 홈카페 ‘레마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일룸은 예비 신혼부부와 기혼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집안에 조성하고 싶은 공간을 물었다. 1위는 ‘카페’로 전체 응답자의 57%가 꼽았다. 주방, 거실에서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론 이 같은 고객들의 욕구가 충족될 수 없었다.

일룸은 카페와 동일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제품으로 레마 시리즈를 꾸몄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커피캡슐 수납장, 이동 선반 등으로 구성된 가구를 넣은 것이다. 김태은 일룸 사업기획팀장은 “나만의 카페를 꾸미는 막연한 상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며 “출시 이후 판매액이 매달 180% 이상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엔 ‘패밀리 서재’도 선보인다. 거실을 통째로 가족이 함께하는 작은 도서관으로 꾸미는 것이다. 김 팀장은 “거실을 단순히 TV를 보며 쉬는 곳이 아니라 함께 모여 책을 보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공간에 대해 끊임없이 새롭게 제안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사소한 안전문제도 고려

일룸은 주부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안전에 대한 고집 덕분이다. 일룸은 매년 고객들과 함께 품평회를 연다. 품평회에서 제품 기능, 디자인 등에 대한 극찬이 나와도 소용이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강 상무는 “안전에 관한 사소한 지적이라도 나오면 무조건 다시 제작한다”며 “덕분에 아이들의 안전을 중요시하는 주부들에게 믿을 수 있는 가구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년 전 제작했던 리프트업테이블이 뒤늦게 출시된 것도 이 때문이다. 품평회 때 누군가 물었다. “상판을 들어올릴 때 실수로 손이 낄 수도 있나요?”. 그러자 일룸은 개발을 원점으로 돌렸다. 제품을 다시 만들어 1년 뒤에야 출시했다. 강 상무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곁에 머물 수 있는 가구가 가장 좋은 가구”라며 “안전하고 편안해 옆에 두고 싶은 가구를 제작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