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2일 오후4시12분

[마켓인사이트] 카카오·네이버·다우기술…회사채시장 '희귀종' 속속 등장
회사채 발행시장 무게중심이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중심에서 정보기술(IT) 서비스와 필수소비재 등 ‘가벼운’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채권시장의 뭉칫돈이 건설·조선·해운·철강 등 취약 업종을 피해 빚이 적고 업종 안정성이 높은 기업에 몰리고 있어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엔씨소프트 등이 다음달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재무건전성이 뛰어나고 안정적인 수익창출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 탓에 대다수 기업이 발행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앞장서 발행 준비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이다.

엔씨소프트는 차입금이 ‘0’인 상황에서 설립 후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서 투자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금성 자산이 약 4000억원에 이르지만 저금리 환경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1000억원 이상 조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다우기술, 11월 카카오에 이어 무차입 경영을 하던 IT 서비스업체의 회사채 시장 데뷔가 잇따르고 있다.

IT 서비스업체의 회사채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흥행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1위 인터넷포털 네이버는 지난달 1500억원의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모집액의 세 배에 달하는 수요를 끌어모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도 우량한 재무구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에 2400억원어치의 ‘사자’가 들어왔다. 11월 이후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의 절반 정도가 모집금액을 채우는 데 실패한 점을 감안할 때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건설과 철강, 조선, 해운업체들은 신규 발행시장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건설업 채권 잔액은 2012년 말 11조7420억원에서 지난 9월 말 9조4410억원으로 약 3년 만에 19.6% 감소했다. 금속제조업은 14조4760억원에서 12조5410억원으로 13.4% 줄었다.

취약업종 기업의 회사채 발행 감소는 업황 부진에 따른 체력 약화로 조달 비용이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만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동국제강 등의 신용이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됐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IT 서비스와 식품·생활용품업체처럼 비교적 마음 편히 투자할 수 있는 기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조달비용도 그만큼 낮아져 새롭게 회사채 시장에 참여하는 회사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