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학 연세대 차기 총장
김용학 연세대 차기 총장
김용학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대학 이사회에서 차기 총장으로 선출된 직후 염재호 고려대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축하의 말을 전하는 염 총장에게 김 교수는 “경쟁보다 서로 협력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염 총장과 나는 소위 ‘절친’”이라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국내 양대 사학인 연세대와 고려대가 내년부터 전례없는 밀월 관계에 들어갈 전망이다. 36년 지기인 김 교수와 염 총장이 나란히 양 대학을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벌써 양쪽 대학 간 도서관 개방, 학점교류제 대폭 확대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이 거론된다.

1973년 각각 연세대 사회학과와 고려대 법과대학에 입학한 두 사람의 인연은 1979년 시작됐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해외유학 장학 프로그램에 각각 연세·고려대 장학생으로 선발돼 1년간 함께 유학을 준비했다. 1978년 학부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염 총장은 박사 유학을, 아직 학부생이던 김 교수는 석사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1980년 함께 유학길에 올라 김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염 총장은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두 사람은 공동 연구활동을 통해 인연을 이어갔다. 1994년 학술지 《사회비평》에 ‘한국 대학,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논문을 다른 학자들과 함께 작성해 실었다. 1996년에는 나란히 《사회비평》 편집위원을 맡았다. 학술지를 창간한 나남출판 관계자는 “당시 두 사람은 열띤 토론으로 학술지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각종 학술행사와 강연회에 토론자로 나서며 친분을 과시했다. 2004년 조직된 삼성그룹 임원들의 비공식 공부 모임 ‘미래기술연구회’에서도 한때 함께 강연을 했다.

김 교수와 가까운 한 연세대 교수는 “김 교수가 총장에 선임되고 처음 맞은 주말인 19일 만난 사람도 염 총장”이라고 귀띔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연세대와 고려대가 협력 관계를 맺어간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는 특히 공간이나 물건, 지식 등을 나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경제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중점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관계자는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상대 대학의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협력의 예”라고 전했다. 현재 학생들은 상대 대학에서 책을 대여할 수 있지만 각 대학 도서관을 자유롭게 드나들지는 못한다. 이 관계자는 “상대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본교 학점으로 인정받는 학점교류제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다른 분야와 조직 간 네트워크를 통해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네트워크 사회학이 전문 분야다. 과거 강연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것을 엮고 결합하는 과정에서 창조적인 혁신이 나타난다”며 “이질적인 사람 간 폭넓은 네트워크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와의 적극적인 협력도 이 같은 평소 소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세대 측은 김 교수가 총장으로 취임한 뒤 염 총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두 대학의 향후 협력 방안을 함께 발표하는 자리를 기획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도 “점차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찾아갈 것”이라며 “곧 좋은 협업 소식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마지혜/윤희은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