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단독] '폭력 아빠' 때문에 학교도 못 다녔던 5남매 "이제 아빠 없이 살라고요? 정말 고마워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판결문으로 보는 세상
아내 대신 5남매 키우며 '학대'
첫째·둘째 아이 학교도 안보내
법원, 징역 1년에 친권 박탈
아내 대신 5남매 키우며 '학대'
첫째·둘째 아이 학교도 안보내
법원, 징역 1년에 친권 박탈
“아빠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의 양손목을 저와 셋째 동생 손목에 한 쪽씩 묶고 풀어주지 않았어요.”
지난해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을 데려와 밥을 먹이던 서울시 청소년이동쉼터 관계자는 아이들 입에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친부모에게 학대받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시 관계자는 즉시 아동보호기관에 연락했고 수사당국의 조사가 이뤄졌다.
이모씨(59)는 3남2녀를 둔 다둥이 아빠였다. 첫째가 올해 15세, 막내가 네 살배기였다. 이씨는 2013년부터 아이들을 혼자 키웠다. 아내 권모씨가 돈을 벌지 않는 남편 대신 일하기 위해 식당에 나갔기 때문이다.
이씨는 첫째와 둘째(14세), 셋째(11세) 아이가 학령기에 이르렀지만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아빠, 나도 동네 친구들처럼 학교 다니고 싶어요.” 2012년 당시 13세였던 첫째 아이가 이씨에게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이씨는 오히려 손찌검을 했다. 2013년께에는 아내가 오랜만에 집에 오자 이씨와 아내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그러자 첫째 아이가 부모의 싸움을 말렸고, 이씨는 아이의 뺨을 때려 코피가 났다.
이씨는 2014년께 월세를 내지 못해 한 빌딩의 옥탑방에 숨어 들어가 살았다. 옥상에 있던 이씨는 아래를 내려다보다 자신의 차량 선루프가 열려 있는 것을 봤다. 이씨는 선루프를 닫기 위해 1층에 내려갔다. 그러자 옥상에 있던 막내(당시 3세)가 큰 소리로 “아빠”라고 불렀다. 이씨는 옥탑방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왜 옆에서 동생을 말리지 않았느냐”면서 발로 셋째 아들의 배를 차고 머리를 때렸다. 이씨는 큰딸에게 자택에서 숨진 부친의 시신을 만져보라고도 강요했다. 큰딸이 이를 거부하자 “할아버지가 죽은 것은 아빠 말을 안들어서야. 아빠 말 안 들으면 너도 할아버지처럼 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의 판단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4단독 전기철 판사는 이씨에게 지난 6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전 판사는 이씨에게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함께 명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배인구)는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가 신청한 이씨의 자녀에 대한 친권상실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씨는 학령기에 있는 자녀들을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보내지 않는 방임행위를 했고,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것이 인정된다”며 “이 같은 행위는 현저한 비행 기타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자녀에 대한 이씨의 친권을 상실시킴이 상당하다”고 심판했다. 5남매의 친권은 엄마인 권씨에게 넘어갔다. 아버지의 친권이 상실되면 어머니가 친권자가 된다. 단독 친권자가 친권을 상실하면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한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지난해 1만27건을 기록했다. 전년(6796건)보다 47.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국내에 아동을 가해 부모로부터 격리해 수용하는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은 37개소(1개소당 5~7명 수용)에 불과하다. 전용 시설 부족으로 일반 보육원에 보내진 학대아동이 시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복지부가 내년 아동학대 예방사업 예산으로 503억원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는 318억원을 깎아 185억원의 예산만 편성했다.
김인선/고은이 기자 inddo@hankyung.com
지난해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을 데려와 밥을 먹이던 서울시 청소년이동쉼터 관계자는 아이들 입에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친부모에게 학대받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시 관계자는 즉시 아동보호기관에 연락했고 수사당국의 조사가 이뤄졌다.
이모씨(59)는 3남2녀를 둔 다둥이 아빠였다. 첫째가 올해 15세, 막내가 네 살배기였다. 이씨는 2013년부터 아이들을 혼자 키웠다. 아내 권모씨가 돈을 벌지 않는 남편 대신 일하기 위해 식당에 나갔기 때문이다.
이씨는 첫째와 둘째(14세), 셋째(11세) 아이가 학령기에 이르렀지만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아빠, 나도 동네 친구들처럼 학교 다니고 싶어요.” 2012년 당시 13세였던 첫째 아이가 이씨에게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이씨는 오히려 손찌검을 했다. 2013년께에는 아내가 오랜만에 집에 오자 이씨와 아내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그러자 첫째 아이가 부모의 싸움을 말렸고, 이씨는 아이의 뺨을 때려 코피가 났다.
이씨는 2014년께 월세를 내지 못해 한 빌딩의 옥탑방에 숨어 들어가 살았다. 옥상에 있던 이씨는 아래를 내려다보다 자신의 차량 선루프가 열려 있는 것을 봤다. 이씨는 선루프를 닫기 위해 1층에 내려갔다. 그러자 옥상에 있던 막내(당시 3세)가 큰 소리로 “아빠”라고 불렀다. 이씨는 옥탑방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왜 옆에서 동생을 말리지 않았느냐”면서 발로 셋째 아들의 배를 차고 머리를 때렸다. 이씨는 큰딸에게 자택에서 숨진 부친의 시신을 만져보라고도 강요했다. 큰딸이 이를 거부하자 “할아버지가 죽은 것은 아빠 말을 안들어서야. 아빠 말 안 들으면 너도 할아버지처럼 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의 판단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4단독 전기철 판사는 이씨에게 지난 6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전 판사는 이씨에게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함께 명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배인구)는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가 신청한 이씨의 자녀에 대한 친권상실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씨는 학령기에 있는 자녀들을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보내지 않는 방임행위를 했고,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것이 인정된다”며 “이 같은 행위는 현저한 비행 기타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자녀에 대한 이씨의 친권을 상실시킴이 상당하다”고 심판했다. 5남매의 친권은 엄마인 권씨에게 넘어갔다. 아버지의 친권이 상실되면 어머니가 친권자가 된다. 단독 친권자가 친권을 상실하면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한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지난해 1만27건을 기록했다. 전년(6796건)보다 47.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국내에 아동을 가해 부모로부터 격리해 수용하는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은 37개소(1개소당 5~7명 수용)에 불과하다. 전용 시설 부족으로 일반 보육원에 보내진 학대아동이 시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복지부가 내년 아동학대 예방사업 예산으로 503억원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는 318억원을 깎아 185억원의 예산만 편성했다.
김인선/고은이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