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발표가 있던 지난 21일.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기획재정부 동료로부터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궁금한 내용은 결국 하나로 모아졌다. “새로 오는 부총리는 도대체 어떤 분이세요?”
"유일호 연구하자"…저서 빌리려 도서관에 줄서
기재부 내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의 성향 파악이 한창이다. 기재부 국·실장급 중에서도 상당수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유 후보자를 처음 대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후보자가 과거 부총리들과는 달리 ‘비(非)고시’ 출신인데다 업무적으로 기재부와 인연이 적기 때문이다. 경제정책국이나 정책조정국, 국제금융국 등을 비롯해 국회 사정에 밝은 예산실에서도 유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 예산실 관계자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었을 때도 (유 후보자는) 튀지 않았다”며 “지역구도 (민원이 거의 없는) 서울 송파구여서 예산 시즌에 그 흔한 ‘쪽지 예산’ 민원도 없었다”고 했다. 세제실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 조세연구원장 재직 시절에 중장기 조세정책을 함께 마련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안면이 있는 사람은 몇몇 국장급 정도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유 후보자가 직전에 장관을 지낸 국토부 직원들을 통해 업무스타일 등에 대한 족집게 과외를 받고 있다.

유 후보자의 저서나 기고문 등을 통해 알게 된 정보도 서로 교환한다. 유 후보자의 저서인 《국회의원 유일호의 경제 이야기 정치 이야기》 《건강한 복지를 꿈꾼다》 등은 기재부 내 도서관에서 일찌감치 대여가 끝난 데다 예약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유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 시절 ‘내 인생의 책’으로 꼽은 《논어》(공자), 《최초의 인간》(알베르 카뮈), 《돈키호테》(미겔 데 세르반테스), 《타인의 방》(최인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등도 화제가 되고 있다. 유 후보자는 논어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으면 군자라 하지 않겠느냐(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란 문구를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위해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미다.

또 ‘위정편(爲政篇)’에 실린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곧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확신이 없는 것을 마치 옳은 말인 것처럼 호도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경제학 서적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언급하면서는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합리적 태도 등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후보자가 인문학과 세계 역사, 지리, 클래식 등에 유독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무보고 때 부드럽게 대해주면서도 상당히 빠르게 이해한 뒤 예리한 질문을 많이 했다”며 “외유내강형 리더십을 갖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 후보자와 함께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한솥밥을 먹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균형적인 시각을 갖춘 매우 합리적인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는 “장기재정 안정성과 단기적인 경기부양 같이 고민스러운 부분에서 유 후보자는 어느 한쪽에 치중된 시각을 보이지 않는다”며 “합리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밀고 나가는 추진력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조진형/고은이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