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고전하는 글로벌 에너지업계가 설상가상으로 지구촌 이상고온 악재까지 만났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겨울 이상 고온으로 에너지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엘니뇨 현상 등으로 기온이 상승해 천연가스와 등유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며 “원유 공급 과잉과 세계 경제성장 둔화 등에 따라 약세가 이어지는 에너지 가격을 더욱 끌어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으로 폭우나 가뭄, 이상고온의 원인이 된다. 엘니뇨 현상은 코코아와 밀 등 농산물 작황에도 악영향을 미쳐 가격불안을 심화하겠지만 석유시장에 주는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예상이다.

지구촌 곳곳의 수은주는 크게 올라가고 있다.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평균 기온은 영상 5도로 예년(영하 6.5)보다 12도 가까이 높다. 한낮 기온은 1936년 이래 가장 높은 7도까지 치솟았다. 야외 아이스링크 1200곳이 개장을 미뤘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24일)에 초여름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보됐다. 에너지업계의 우려가 깊어지는 이유다.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대형 석유사업장에서 손을 떼는 기업까지 나왔다. 미국 3위 에너지업체 코노코필립스는 러시아 원유개발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코노코필립스는 러시아 북서부지역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1992년 러시아 국영석유업체 로스네프트와 함께 세운 폴라라이츠 지분 50%를 모두 매각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저유가에 정치불안정까지 더해지면서 러시아에서 투자를 축소하거나 코노코필립스처럼 아예 철수하는 에너지업체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최대 에너지업체 로열더치셸은 지난 4월 인수를 발표한 영국 천연가스업체 BG그룹에 대해 50억달러 상당의 투자를 축소할 계획이다. 외신은 “로열더치셸 주주들이 저유가로 BG그룹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하자 배당을 늘리기 위해 투자 규모를 줄였다”고 해석했다.

이상 고온을 반기는 업종도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나들이객이 늘면서 식당과 골프장, 대형마트 등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겨울옷 매출이 감소하면서 이달 들어 19일까지 옷가게 매출은 작년보다 4억2100만달러 감소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