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논란 + 대출 심사 강화 + 금리 인상 가능성 '3중 악재'…많이 올랐던 대구·충남부터 '움찔'
이번주 지방 아파트값이 전주보다 0.01% 내리며 2013년 8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주택 공급과잉 논란과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금리 인상 가능성 등 ‘3중 악재(惡材)’ 여파로 매수세가 위축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새 아파트 50만여가구가 쏟아지면서 2017년 이후 입주 대란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 속에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도 내년 하반기쯤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주택 수요자들의 담보대출 상환액이 늘어나는 점도 시장 부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8개 지방 광역시·도 집값 떨어져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14개 지방 광역시·도 중 대구와 충남, 경북 등 8개 시·도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올 들어 지방 광역시 중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가팔랐던 대구(-0.08%), 이웃한 세종시로 신규 주택수요가 몰리는 ‘빨대 효과’ 영향을 받고 있는 충남(-0.08%)의 하락폭이 컸다.
공급과잉 논란 + 대출 심사 강화 + 금리 인상 가능성 '3중 악재'…많이 올랐던 대구·충남부터 '움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도 1주일 사이 아파트값이 0.03% 떨어졌다. 수성구 황금동 ‘캐슬골드파크’ 전용 84㎡ 실거래가는 지난 10월 4억6500만원에서 지난달 4억4200만원으로 2000만원 넘게 내렸다. 집주인들의 호가는 여전히 4억7000만원에 달하지만 선호도가 떨어지는 저층 급매물은 4억4000만원까지 내렸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청당지구 등 택지지구에 새 아파트 공급이 쏟아지고 있는 충남 천안시도 아파트값이 2주 연속 0.14% 떨어졌다. 청당지구가 포함된 동남구는 전주보다 0.33% 급락했다. 충청권은 충남을 포함해 대전(-0.04%), 세종(-0.04%), 충북(-0.01%)이 모두 하락했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덕분에 올 들어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렸던 광주와 전남도 보합(변동률 0%)에 그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때 담보가치만 따지던 지방에서 내년 5월부터 소득심사를 추가해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수도권 60%) 규제를 도입하기로 한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이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3년간 지방 주택시장은 유동성과 저금리 덕분에 호조세를 보였다”며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를 통해 돈줄을 조이기 시작하면 매수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도권도 올 들어 최저 상승

이번주 수도권 아파트값 오름폭도 0.03%에 그쳐 올 들어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방보다 앞선 내년 2월부터 담보인정비율(LTV)이나 DTI가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이자만 갚는 거치 기간이 1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면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평균 아파트값이 5억원을 웃돌아 주택담보대출 의존 비율이 높은 서울의 이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보다 20% 넘게 줄었다. 투자수요가 많은 고가 재건축 아파트가 모인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도 이번주 0.01% 하락하며 올 들어 처음 떨어졌다.

반면 확실한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아파트값은 여전히 강세를 보여 앞으로 주택시장 차별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공항 건설 호재가 있는 제주는 1주일 새 0.91% 급등하며 3주 연속 1% 안팎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혁신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울산(0.10%)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교통망 개선이 잇따르고 있는 강원(0.04%)도 아파트값이 올랐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