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수만 하고 또 결렬 >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과 여야 지도부는 24일 국회에서 경제활성화법 및 노동개혁법 처리 문제와 총선 선거구 획정안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악수만 하고 또 결렬 >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과 여야 지도부는 24일 국회에서 경제활성화법 및 노동개혁법 처리 문제와 총선 선거구 획정안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 제고 특별법(원샷법) 등 여야 간 쟁점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지도부는 24일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쟁점 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들 법안을 심사해야 하는 국회 상임위원회는 한 곳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자구·체계 심사를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에 5일 이상 머물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이 연내 본회의 처리를 위한 ‘시한’이었다.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아니고서는 연내 처리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또 ‘빈손’으로 끝난 지도부 회동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의 이날 회동은 이달 들어서만 일곱 번째였다. 하지만 지난 여섯 차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쟁점 법안 처리 방향에 대한 뾰족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관련해 새정치연합은 보건·의료를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고 새누리당은 공공 의료에 관한 부분만 뺄 수 있다며 맞섰다. 기업의 소규모 합병·분할 절차를 간소화하는 원샷법을 놓고도 평행선을 달렸다. 새정치연합은 철강·조선·석유화학 이외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업종과 기업 규모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원 원내대표는 “야당 요구 중 수용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찾겠다”면서도 “원샷법은 원안대로 합의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샷법은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재벌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 들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는 원내대표와 상임위 간사가 26일 다시 만나기로 하고 회동을 끝냈다. 정치권에선 법안마다 여야 견해차가 커 쉽게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쟁점 법안의 소관 상임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회의는 열지 않은 채 장외 공방만 벌였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서비스산업발전법 연내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 재위 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의료 민영화를 하려면 의료법 등 관련 법을 다 개정해야 한다”며 “의료 공공성을 이유로 서비스산업발전법 통과에 반대하는 것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원샷법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노동개혁 5대 법안도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파견근로자법에 대한 여야 견해차가 커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오는 28일 예정된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가 올해 마지막으로 노동개혁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도 상임위에 묶여 있다.

◆일몰법 연장도 처리 못해

올해 말로 효력이 만료되는 일몰법도 기한 연장을 위한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어 새해 벽두부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업체의 법정 상한 금리를 규정한 대부업법과 채권단의 75%만 동의하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대표적이다.

정무위원회는 현행 연 34.9%인 법정 상한 금리를 27.9%로 낮추기로 여야 간에 잠정 합의했다. 기촉법도 기한을 2년6개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대기업 순환출자를 3년 내 해소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의 자회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다른 쟁점 법안에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나머지 법안 처리까지 늦어지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1월1일부터는 법정 금리 상한이 없어져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촉법도 부실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일몰 연장이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