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콘텐츠 본 적 없는데"…IPTV '요금 폭탄' 항의 급증
윤모씨는 최근 아이가 인터넷TV(IPTV)로 27만5550원어치 유료 콘텐츠를 시청했다는 사실을 요금 청구서를 보고 알았다. 윤씨는 “IPTV 비밀번호가 처음부터 ‘0000’으로 설정돼 있어 애가 혼자서도 쉽게 결제할 수 있었고 비밀번호에 대한 사전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IPTV 회사로부터 50%를 환불받았다.

영화·드라마·음악·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는 최근 분쟁사례조정집을 내고 다양한 분쟁 사례를 공개했다. 진흥원이 접수한 온·오프라인 콘텐츠 분쟁 상담은 2011년 1966건에서 2012년과 2013년 각각 3960건과 6430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5174건이었다. 상담 내용은 미성년자 요금결제(16%)와 자동결제를 포함한 부당한 요금청구(14%) 등 디지털과 관련된 비중이 높았다.

디지털 콘텐츠 특성상 이용자가 모르는 사이 구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미리 안내했더라도 이용자 입장이 참작되는 이유다. 한 방송국 웹사이트에 가입해 자동결제로 36개월간 48만6000원을 낸 회사원 김모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입 첫 달을 제외하고 이 사이트를 이용한 적이 없던 김씨에게 이 사이트는 첫 달 요금을 뺀 47만2500원을 환불해줬다.

사업자는 “카드명세서와 문자메시지로 안내를 했는데도 신청인의 부주의로 알지 못한 것”이라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휴면계정의 고객에게 자동결제를 꼬박꼬박 진행한 사이트 측을 이해할 수 없다”고 김씨가 주장하자 사업자는 합의에 응했다.

게임관련 분쟁 상담은 2011~2014년 총 1만7530건 중 1만472건을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인터넷 게임은 체계가 복잡하고 이용자 간, 이용자와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분쟁 소지가 크다. 온라인 게임을 하던 양모씨는 현금으로 결제해 주인공 캐릭터를 도와주는 보조 캐릭터를 많이 샀지만 게임이 진행되지 않았다. 양씨가 보유한 보조 캐릭터 수가 수량 제한을 초과했기 때문에 초과분은 상점에 팔아야 한다고 게임회사는 설명했다.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양씨에게 게임 회사는 “운영정책상 오류가 아닌 게임 의도”라면서도 게임 이용 중 불편이 컸다는 점을 감안해 게임 내 화폐인 5만골드를 지급했다.

정경미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은 “온라인으로 기본적인 분쟁사실만 간단히 적어 조정위에 제출하면 각 사업자의 고객상담실 측과 함께 빠르게 대응한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사업자와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면 조정위를 찾아달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