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필립스곡선 평탄화, 경제정책 상충 등 어려움 토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환보유액 보유주체 기업 아냐"...기업 채무위기 충격 대비 경고
"올 한 해도 뒤돌아보면 한국은행이 정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에 부딪쳤는데, 이 어려움이 어디서 오는가 생각해보니까 첫 번째 원인은 경제현상의 불가측성이 대단히 높아진 점이고, 또 하나는 정책목표 간의 상충성이 상당히 높아진 점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정책 운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23일 저녁 기자단과 송년만찬회에서다. 그는 "국내적으로 메르스라고 하는 생소한 이름의 질병이 국가경제를 충격에 빠뜨렸고 바깥으로 보면 그리스 사태, 중국 경제 불안, 미국 금리인상 등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한껏 키워 놓았다"며 "경제 전망은 늘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어렵다는 단계 이상으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이러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경제 전망이 어려운 이유 3가지도 들었다. 금리를 내리면 소비가 증대되는 인과관계가 도식화돼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 관계도 명확하지 않는 등 경제변수간의 인과관계가 과거에 비해 많이 흐트러진 점, 필립스곡선의 평탄화 현상 등 경제주체들이 기존의 경제이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점, 글로벌화 진전으로 상호 연계성과 파급효과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점 등을 꼽았다.
필립스곡선은 실업률이 낮을수록 임금상승률(또는 물가상승률)이 높으며, 임금상승률이 낮을수록 실업률은 높다는 경제 이론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는 최근 세계화의 결과 필립스곡선이 평탄해져 실업률이 떨어져도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경제전망은 '부분밖에 알려지지 않은 과거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현재를 통해, 알래야 알 수 없는 미래를 가늠하는 것'"이라며 전망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책목표간의 상충성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은 거시경제의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하는 두가지 권한을 갖고 있다"며 "초유의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대처해서 완화적인 정책스탠스를 장기간 유지해오다 보니까 금융 불균형이 증대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명쾌한 답이나 이론도 아직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지만 소위 저성장, 저물가의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처방이 무엇이냐, 구조개혁 밖에 없겠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채무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외환보유액의 보유주체는 정부이지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다른 나라의 채무위기로 발생한 여파가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장세 지속,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하면서 정부의 구조개혁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는 안정적인 금융경제 환경이 조성되는데 나름대로 노력하겠다며 송년회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최명수 한경닷컴 증권금융 전문기자 max@hankyung.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정책 운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23일 저녁 기자단과 송년만찬회에서다. 그는 "국내적으로 메르스라고 하는 생소한 이름의 질병이 국가경제를 충격에 빠뜨렸고 바깥으로 보면 그리스 사태, 중국 경제 불안, 미국 금리인상 등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한껏 키워 놓았다"며 "경제 전망은 늘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어렵다는 단계 이상으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이러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경제 전망이 어려운 이유 3가지도 들었다. 금리를 내리면 소비가 증대되는 인과관계가 도식화돼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 관계도 명확하지 않는 등 경제변수간의 인과관계가 과거에 비해 많이 흐트러진 점, 필립스곡선의 평탄화 현상 등 경제주체들이 기존의 경제이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점, 글로벌화 진전으로 상호 연계성과 파급효과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점 등을 꼽았다.
필립스곡선은 실업률이 낮을수록 임금상승률(또는 물가상승률)이 높으며, 임금상승률이 낮을수록 실업률은 높다는 경제 이론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는 최근 세계화의 결과 필립스곡선이 평탄해져 실업률이 떨어져도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경제전망은 '부분밖에 알려지지 않은 과거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현재를 통해, 알래야 알 수 없는 미래를 가늠하는 것'"이라며 전망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책목표간의 상충성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은 거시경제의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하는 두가지 권한을 갖고 있다"며 "초유의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대처해서 완화적인 정책스탠스를 장기간 유지해오다 보니까 금융 불균형이 증대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명쾌한 답이나 이론도 아직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지만 소위 저성장, 저물가의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처방이 무엇이냐, 구조개혁 밖에 없겠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채무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외환보유액의 보유주체는 정부이지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다른 나라의 채무위기로 발생한 여파가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장세 지속,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하면서 정부의 구조개혁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는 안정적인 금융경제 환경이 조성되는데 나름대로 노력하겠다며 송년회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최명수 한경닷컴 증권금융 전문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