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의 신분이 상승한 것은 불과 50여년 전이다. 산파역은 마산 오동동 해장국집 할머니다. 인근 요정 골목의 주당들이 아침마다 속을 풀기 위해 이 집으로 몰렸다. 우연히 아귀의 참맛을 알게 된 이 집 할머니의 손길을 타고 아귀탕은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말린 아귀에 된장, 고추장, 콩나물, 미나리를 섞어 쪄낸 아귀찜의 인기도 치솟았다.
이후 요정들이 사라진 자리를 아귀찜집이 채우면서 이곳은 ‘오동동 아구찜 골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여곳의 식당 중 그때의 ‘진짜 초가집 원조 아구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허영만의 ‘식객’에 나온 바로 그곳이다. 이 집 조리법처럼 마산 아귀찜은 대부분 말린 아귀를 쓴다. 다른 지역의 생물보다 손이 더 가고 값도 조금 비싸다. 찬바람에 보름 이상 말린 아귀를 2~3일 물에 불리면 쫄깃한 맛이 살아난다. 여기에 된장과 고춧가루로 맛을 내는데, 그 집 된장맛에 따라 풍미가 좌우된다.
아귀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도 뛰어나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많아 성장발육과 면역력 강화에 좋다. 인과 철분도 풍부하다. 타우린은 간과 심장 기능을 강화해준다. 껍질 속의 콜라겐은 피부를 매끄럽게 한다. 이런 아귀를 사철 먹을 수 있게 됐지만 12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이다.
물메기 맛 또한 지금이 최고다. 아귀처럼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필수 아미노산 등 영양분까지 듬뿍 들어 있다. 숙취 해소와 감기 예방, 피부 미용에 그만이다. 껍질과 뼈 사이의 교질은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해 준다. 겨울철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데 동해안에서는 곰치, 서해안에서는 물잠뱅이로도 불린다.
이 중 ‘보물섬’으로 불리는 남해의 물메기탕과 찜이 으뜸으로 꼽힌다. 갓 잡은 물메기로 끓인 탕은 연한 살이 퍼져 국물처럼 후루룩 마셔도 된다. 해풍에 말렸다 푹 쪄낸 물메기찜도 남해 진미다. 미식가들은 이 물메기찜을 아귀찜보다 웃질로 친다. 오는 31일과 새해 첫날 상주은모래비치에서 ‘상주 해맞이 & 물메기 축제’도 열린다. 연인·가족과 함께라면 겨울 맛 여행이 더없이 즐겁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