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물 절약, LPCD를 계산해보자
지난가을 가뭄이 길어지면서 물부족 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댐 건설, 누수탐사 등이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여기서 엉뚱한 질문을 하나 해보자. LP와 CD를 합하면 뭐가 될까? 혹시 레코드판(LP) 위에 콤팩트디스크(CD)를 올려놓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썰렁하기 그지없는 질문이 된다. 하지만 두 글자를 합쳐 놓으면 한 사람이 하루에 물을 몇 L나 사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원단위(原單位)인 LPCD(liter per capita day)가 나온다.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용어다. ‘상수도공학 개론’의 제1장에서는 상수도 시설의 계획, 설계, 운전 시 반드시 필요한 단위로 LPCD를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물의 위기’라는 학부생 강좌에서 수강생들에게 하루에 물을 몇 L씩 쓰는지 자신의 LPCD를 계산해 오라고 꼭 과제를 낸다. 학생들은 너무 쉬운 과제라는 점에 한 번 놀라고, 자신이 이렇게나 물을 많이 쓰며 낭비하고 있었다는 충격에 두 번 놀란다. 개인별 물 사용량을 수치로 알게 되면 자신이 일상생활 속에서 물을 얼마나 낭비했는지, 어디서 얼마나 절약해야 할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누구나 수도요금과 물 사용량이 적힌 고지서를 보면 LPCD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사용량을 식구수 또는 사용자수로 나누고, 다시 사용일수(30일 또는 60일)로 나눠 나온 수치가 자신이 하루에 집에서 쓰는 수돗물 양이다.

지난해 서울시 통계를 보면 1년간 1037만명에게 총 11억2900만t의 수돗물을 공급했으니 서울시민 1인당 LPCD는 298L다. 그중 누수 등을 제외한 실제 LPCD는 대략 1인당 282L 정도다. 한 사람이 매일 가정에서 189L, 일반용 66L, 공공에서 21L, 욕탕에서 6L를 쓴다.

외국과 비교해 보자. 독일 가정의 LPCD는 80~100L로 한국의 절반 정도다. 만약 한국이 독일처럼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서울시는 팔당댐 저수 용량보다 두 배 많은 5억6000만t을 해마다 한강에서 덜 퍼와도 되며, 하수처리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오수의 양도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물을 공급하는 데 드는 전기 사용량 감소는 덤이다. 수돗물이 생산원가보다 싸 세금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LPCD를 낮추면 세금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별로 LPCD를 이용해 관리하면 물 사용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 물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과 투자의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정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수도 있다. 다양한 물 관련 사업의 효과와 비용을 판단할 때 LPCD를 1L씩 줄이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하면 어떤 사업을 먼저 해야 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새는 물을 막거나 물그릇을 키우는 사업보다 LPCD를 줄이는 게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LPCD는 물 전문가나 기술자만 알아야 하는 수치가 아니다.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LPCD를 계산해보라는 과제를 내보자. 그러면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이 물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회사 면접 시에도 LPCD에 대해 아는지 질문을 툭 던져보자. 물을 절약하는 사람은 다른 것도 잘 절약하기 마련이다. 지도자를 뽑을 때도 LPCD를 물어보자. 그러면 그는 한국의 물 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올바른 정책을 펼 것이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환경공학 myhan@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