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미흡·실질임금 제자리…성장률 연 0.7% 그쳐
엔화 약세로 수출기업은 실적개선…주가도 올라

◆아베노믹스에 열광한 금융시장
아베 총리는 꼭 3년 전인 2012년 12월26일 취임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주 내용으로 하는 ‘탈(脫)디플레이션’ 정책에 돌입했다. 2013년 4월부터 일본은행은 연간 60조~70조엔 규모의 돈을 풀었고, 작년 10월 말엔 양적 완화 규모를 연간 80조엔으로 10조엔 이상 늘렸다. 지난 11월 말까지 푼 돈은 197조엔에 달했다. 2012년 말 달러당 86엔대였던 엔화가치는 이달 24일 120엔대로 40%가량 하락했다.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530개(금융 제외) 상장사의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경상이익은 역대 최대인 34조887억엔으로 전년 대비 6.9% 증가할 전망이다. 엔저(低)로 수출 채산성이 높아지면서 올 경상이익률(6.6% 예상)도 9년 만에 최고를 갈아치울 태세다. 실적 개선 덕분에 닛케이225지수는 2012년 말 10,395에서 지난 24일 18,789로 상승했다.

이 같은 시장 흐름과 달리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부진한 편이다. 2013 회계연도엔 2.0% 성장하며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지만, 2014 회계연도는 4월 소비세 인상 후폭풍으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며 -1.0%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올해도 지난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연간 전체로는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기업 이익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아베 총리 집권기 동안 소비세 인상으로 근로자 실질 임금이 오른 달보다 내린 달이 더 많았다. 3분기 설비투자도 0.6%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진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노믹스, 숨길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엔화 약세 등으로 디플레이션 심리가 누그러졌지만, 일손 부족과 낮은 생산성 등 공급 측면의 제약으로 일본 경제의 성장률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월 말 ‘2차 아베노믹스’ 발표와 함께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께 GDP 600조엔 달성 △꿈을 키우는 육아 지원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보장을 새로운 3대 정책으로 제시했다. 모두 만만찮은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정책이다. 불투명한 세계 경제도 아베노믹스의 궁극적인 성공에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