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뒤돌아본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 해를.

비탈길을 터벅거리며 뒤돌아본다.
저물녘 내게 몰아쳐온 이 바람,
무엇인가, 송두리째 나를 흔들어놓는
이 폭풍 이 비바람은 무엇인가,
눈도 귀도 멀게 하는, 해도 달도
멎게 만드는 이것은 무엇인가.

자리에 누워 뒤돌아본다.
만나는 일의 설레임을 알고
마주 보는 일의 뜨거움을 알고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 한 해를.

꿈속에서 다시 뒤돌아본다.
삶의 뜻을 또 새로 본 이 한 해를.

시짐《달 넘세》(창비) 中


평탄한 길, 거친 길 가리지 않고 숨 가쁘게 달렸던 2015년이란 길이 어느덧 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언제나 함께했던 당신 덕분에 무탈하게 지나올 수 있었지요. 언제나 설레는 새로운 만남을 꿈꾸듯, 다가오는 새해에는 삶의 소중함을 조금 더 가슴 깊이 지니며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